[ "노사 열린마음이 경쟁력 원천" ] 방용석 < 노동부 장관 > 지난 4월초 노.사.정의 노력으로 한 달 넘게 지속되던 발전파업이 타결돼 대결 양상으로 치닫던 노사관계는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근로자 해고, 가정경제의 위기 등 발전파업이 타결되기까지 지불해야 했던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 파업의 경험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젠 변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1920~1940년대 노동운동은 민족운동의 성격이 강했다. 이 시기 노동운동가는 곧 애국자였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노동운동은 민주화를 위한 외침이었다. 기본권을 찾기 위해 노동자가 화염병을 사용해도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들어선 환경이 변했다. 교섭도 파업도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노동운동도 근로조건 개선, 고용 안정 등 근로자의 권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기업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노사관계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1987~2001년 노사분규로 인한 총생산 차질금액이 31조원에 달했다. 파업종료 후 신뢰붕괴 근무기강 해이 등으로 품질.생산성이 떨어져 도산하는 기업도 있었다. 21세기는 지식정보화 시대다. 혁신적 신제품이나 신기술 개발 등 창조적 지식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지식정보화시대에서 근로자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시발점은 무엇인가. 노사간 신뢰다. 미국에서 '일할 맛 나는 기업'을 정밀 조사한 로버트 레베링에 따르면 '10여년 만의 불황을 감원 없이 견뎌낸 기업은 노사간 신뢰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노사간 막힘없는 의사소통에 바탕을 둔 신뢰경영이 기업경쟁력의 핵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경영자는 노사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근로자를 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노동조합과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한다. 또 열린 경영과 공정한 성과배분으로 근로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근로자는 과격한 투쟁방식에서 벗어나 회사가 살아야 조합원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고용안정도 도모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산업현장에는 상생의 노사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2000년에서 2001년 사이 노사분규 건수는 2백50건에서 2백34건으로 줄었다. 또 노사화합을 선언한 사업장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2002년 상반기 신노사문화 우수기업 신청기업이 전년도에 비해 38%나 증가했다. 이러한 산업현장에서의 노사협력이 외환위기 조기 극복, 세계 5대 외환보유국으로의 부상, 국가신용의 A등급 상향조정의 밑바탕이 됐다. 한국은 월드컵 개최로 일등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월드컵의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는 약8조원에 달하고 고용창출 효과도 약 25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는 월드컵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월드컵 기간동안 노사가 자율적으로 노사평화선언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파업을 엄격히 처리해 나갈 것이다. 노사여러분도 임.단협 시기를 조정하는 등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 이렇게 쌓여진 노사신뢰는 우리의 노사관계를 한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