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말고 꽃을 선물해봐요." "먹지도 못하는 걸 왜?" 인기리에 방송됐던 MBCTV 토요외화 "동양특급 로형사(Martial Law)"의 대사다. 중국계 형사 쌔모로(홍금보)는 동료이자 후배인 켈리를 좋아하면서도 좀체 표현하지 못한다. 보다 못한 미국인 동료가 조언하지만 쌔모에겐 영 어색한 일로만 여겨지는 것이다. 동양남자에게 꽃 선물은 이처럼 쑥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높아진 데다 세상도 바뀐 탓일까. 요즘엔 우리나라 남자들 중에도 꽃을 선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금방 시들 걸 비싼 돈을 주고 사다니?" "남자가 꽃을 들고 다니다니?"라는 건 옛말.젊은층의 경우 생일은 물론 만난 지 한달,1백일 등 온갖 핑계로 꽃을 주고 받는다. 직접 주긴 민망해도 배달시키는 건 괜찮은지 꽃배달서비스 이용 또한 크게 늘었다. 꽃배달 전문업체의 인터넷 사이트만 수십곳에 달하고 크레디트카드사 서비스에도 꽃배달이 빠지지 않는다. 꽃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화 한통으로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는 물론 케이크와 와인까지 배달해주니 편리하기 짝이 없다. 특별한 사이가 아니라도 꽃을 받으면 기분좋은 만큼 돈만 좀 쓰면 발품을 팔지 않고도 점수를 따는 방법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품질이다. 배달돼온 꽃바구니의 모양은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은 지.뿐인가. 꽃보다 잎이 많거나 어울리지 않는 꽃과 이파리를 막 섞어놔 지저분한가 하면 가지가 부러지거나 대가 가느다란 꽃을 써서 하루만에 시드는 것도 있다. 물론 "가격은 한정돼 있는데 배달비까지 든다"등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달해주는 꽃바구니가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이런 사정도 있는 게 아닐까. 보내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 전달되는지 알지 못하고,받는 사람은 선물인 만큼 설사 마음에 안들어도 "고맙다"고 인사하고.결국 보내는 사람은 괜찮은 줄 알고 계속 같은 곳을 이용하고.그러니 업체에선 개선할 필요를 못느끼고. 하지만 꽃은 일종의 사치품이다. 생존필수품인 먹거리도 뭔가 남다른 것,차별화된 걸 찾는 마당에 선물용 꽃을 언제까지 장례식장 조화처럼 얼렁뚱땅 똑같이 만들 건가.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처음 등장했을 땐 모두 비슷하고 따라서 딱히 구분이 안되지만 사용자가 늘어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특별한 소속감"을 부여하는 게 생겨난다. 꽃에도 이미 색다른 브랜드 상품이 등장했다. 서울 강남에 생긴 "헬레나 플라워" "소호&노호"등이 고급 브랜드로 소문난 데 이어 이달중 "제인 페커"라는 영국 브랜드가 들어오고(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이미 영업을 시작한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또뚜"도 6월중 오픈 행사를 벌인다고 한다. 물론 이들 고급 꽃집의 꽃다발이나 바구니는 비싸다. 그러나 꽃배달은 꽃이 아닌 사랑과 관심을 전하는 것이다. 기껏 받고도 "좀더 나은 게 있을 텐데" 싶으면 보낸 사람의 정성은 반감되는 만큼 비싸더라도 괜찮은 걸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케이크나 과자까지 "어느 집 것이 맛있다더라" 하면 거리 장소를 불문하고 찾아가는 사람이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값이 다른 만큼 기존업체에 대한 수요가 당장 없어지진 않겠지만 가격경쟁력만 앞세워 기존 스타일을 고집하면 결국 꽃마저 고급품시장은 외국 브랜드에 몽땅 내줄 지 모른다. 그러니 제발 주문받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제대로 된 꽃바구니 좀 만들어 주세요~들. 본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