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로펌은 기본적으로 팀조직입니다. 저는 정보통신팀장으로서 조직화와 분업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오양호 변호사(40). 오 변호사는 1996년 태평양의 정보통신팀 창설이후 지금까지 팀장을 맡고 있다. 원래 M&A(기업인수합병)를 전문으로 하던 그가 정보통신팀을 맡게 된 이유는 이 업계에서 M&A가 가장 빈번했기 때문. "첫 자문으로 데이콤의 위성발사 건을 맡았죠. 협상 상대인 미국 변호사가 처음 만났을 때 자기는 위성분야만 20년 가까이 맡아 왔다며 당신은 얼마나 됐냐고 묻더군요. 이 말에 충격을 받아 국내외 전문 잡지를 구독하고 관련 교수들에게 배우면서 전문성을 기르는데 전력투구 했습니다." 오 변호사팀이 결정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2000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대리해 미국 퀄컴사를 상대로 CDMA 로열티 지급을 요구한 건이었다 "애당초 계약서가 ETRI에 불리하게 작성돼 있었죠. 당사자인 ETRI조차 퀄컴이라는 거대 기업을 상대로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승산이 희박해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오 변호사팀은 미국 교수들의 자문을 얻는 등 전력투구 끝에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국제중재소로부터 "퀄컴은 ETRI에 2억5천만달러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오 변호사는 법률전문가로선 드물게 관련 기술에 대한 지식이 워낙 해박해 퀄컴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ETRI 최승범 지식경영실장) "오 변호사의 승리는 한국이 CDMA 기술의 종주국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정받은 계기가 됐습니다. 외국기업이 부당한 요구를 해도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습니다."(태평양 이정훈 대표 변호사) 퀄컴 중재건 외에도 △99년 미국 타이거펀드를 상대로 한 SK텔레콤의 경영권방어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지난 2월의 KT 지분 해외매각 등의 굵직굵직한 건들이 오 팀장을 거쳤다. 현재 정보통신팀은 KT SK텔레콤 KTF 하나로통신 데이콤 등 유수의 국내 통신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사시 25회인 오 변호사는 서울대법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미주리대 저널리즘스쿨을 수학한 이색 경력도 갖고 있다. 오 변호사는 "요즘은 통신분야 못지 않게 정부규제가 많은 에너지분야에 눈을 돌려 한국의 전력산업구조개편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