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가 지난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을 때 가지고 갔던 수하물 40개는 세관검사를 받지 않는 외교행낭이 아니라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일반위탁수하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신철 아시아나항공 미주본부장은 20일 최근 이 여사에 대해 제기된 '외교행랑'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이 여사 일행 탑승 및 위탁수하물과 관련된 컴퓨터등 모든 기록을 확인한 결과 이 여사를 포함해 일행 13명이 지난 1월8일 LA에 갖고온 수하물은 40개로 모두 외교행낭이 아닌 일반위탁수하물이었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이날 배포한 이여사 일행 위탁수하물에 대한 기록 및 사실 자료에서 "지난 1월14일 이 여사와 먼저 LA에 온 선발대 2명을 포함한 일행 15명이 LA를 출발할 때 맡겼던 수하물은 30개로 역시 모두 일반위탁수하물이었다"고 말했다. 외교행낭은 각국 정부의 기밀문서가 들어 있기 때문에 관례상 세관 당국이 검색할 수 없으나 일반위탁수하물은 귀빈(VIP) 여부를 막론하고 세관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강 본부장은 "이 여사 일행의 수하물에는 모두 `검사받은 수하물'(checked baggage)이라는 표식이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이 여사 일행의 수하물에 돈 등 반입금지 물품이 있었다면 미 세관당국에 적발됐을 것"이라며 "일반적인 단체관광객과 비교(1인당 수하물 2개) 할 때 이 여사 일행수와 경호장비를 감안할 때 짐이 많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이 여사 일행의 수하물은 한국 및 미국 경호실의 특별 요청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회사차량과 운전자(아시아나항공직원)를 제공해 항공기와 호텔간 수송을 직접 수행했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당시 운전자였던 필리핀계 코퍼스 빈센트가 LA 공항에서 이 여사 일행 투숙호텔인 윌셔 그랜드 호텔까지 뒷좌석이 없는 9인승 화물 밴에 40개의 수하물을 싣고 중간 정차나 경유지 없이 직송했으며 중간에 짐을 내리거나 탑재하나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호텔에서 LA공항으로 갈 때도 한인 1.5세인 크리스 계가 도착시 수송차량과 동일한 밴에 30개의 수하물을 싣고 역시 중간 정차나 경유지 없이 직송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지난 16일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차이가 나는 10개 수하물은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 간병차 LA온 이 여사가 당시 김 의원이 입원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병원 의사들에게 준 도자기 5개와 간호사들에게 선물한 `나의 사랑, 나의 조국' 영문판 책 등인 것으로 보인다. 강 본부장은 "직송부분에 대해 두 운전자의 진술서까지 받아놓았다"며 "이들은 수하물의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지금까지 어떤 외부인사로부터도 사실 확인요청을 받은 적이 없고 이와 관련된 어떤 증언도 한 바 없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최근 청와대 해명으로 의혹이 해소된 것으로 알았으나 일부 언론 등이 계속 문의해와 민간기업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해명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 여사 역시 우리의 고객중 한명이라는 차원에서 고객에게 불필요한 누를 끼친 것같아 자체 판단 아래 자료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홍준표 한나라당의원은 지난 15일 이 여사가 외교행낭에 30개의 박스를 가지고 LA로 갔으나 귀국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당시 박스 30개를 밴 2대로 김홍일 의원집 앞에서 부렸다. 당시 운전기사의 증언이 있는 만큼 청와대는 해명하라"고 요구했었다. 한편 강 본부장은 한 한인신문이 최근 대통령 3남 김홍걸씨 부부가 지난 99년 개인 명의로 신용카드를 신청하면서 "아시아나 항공 미주본부에 근무한 것으로 기재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사내 기록을 확인한 결과 월급지불 등 관련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