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난 30대 남자 1명과10대 여고생 2명이 껴안은 채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9일 오전 5시47분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H아파트 출입구 계단에 조모(15.용인 S고 1년), 차모(16.대구 K고 2년)양 등 여고생 2명과 김모(34.서울 송파구 석촌동)씨 등 3명이 온몸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 김모(54)씨가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자 김씨는 "아파트 주민이 계단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말해 가보니 세사람이 뒤엉킨 채 피를 흘리며 출입구 계단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조양은 양손에 깍지를 낀 채 김씨의 목을 껴안았고 차양은 이들 두사람 위에 포개진 상태였다. 세명이 투신한 장소로 추정되는 이 아파트 28층 복도에서는 가방 3개가 발견됐다. 조양의 가방에는 "화장. 남은 사람들은 내 몫까지 잘 살길 바랍니다. 안녕히계세요. 미안합니다. 4월18일"이라는 쪽지와 이들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과 강남의 모 영화관 티켓, 핸드폰 등이 들어 있었다. 이들과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했다는 김모(26)씨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숨진 김씨와는 안티 자살사이트를 통해 알게 됐다"며 "원래는 함께 자살할 생각이었으나 나는 마음을 바꿔 포기한뒤 세사람을 설득했으나 말을 듣지 않아 결국 오늘 새벽 2시께 김씨 등을 자살현장에 차로 태워준 뒤 집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지난 5일 김씨를 처음 만나 자살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15일 새벽함께 차를 몰고 대구로 내려가 자살을 원하는 차양을 만났다"며 "이후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올라오며 3명이 함께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차양을 통해 연락이 된 조양을 18일 오전 9시30분께 영등포구 신도림역 부근에서 만나 강남 일대에서 식사를 하고 함께 영화를 본 뒤 이날 자살현장인 H아파트로 함께 왔다고 설명했다. 숨진 김씨는 미혼으로 경영관련 컨설팅회사에서 자금업무를 담당해왔고 신촌의한 고시원에서 생활했으며, 숨진 차양과 조양은 학교에서 교우관계가 좋고 성적도 중상위권으로 지난 15일과 18일 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자살 장소로 택한 아파트는 숨진 김씨의 여동생이 지난해 10월까지 살던 아파트로 김씨가 종종 놀러 왔던 곳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3명과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했었다는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이들의 자살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이들이 만나는 매개가 된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