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7시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타이거풀스빌딩내 타이거풀스 사무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남아있었지만 다소 침울한 분위기였다. 스포츠토토 사업과 관련해 언론에 회사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매출이 줄고 직원들의 근무의욕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신영대 홍보팀장은 "체육복표 비리수사로 '유탄'을 맞았다"며 "빨리 수사가 끝나 매출을 늘리는 데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한 직원은 "친인척들이 전화로 회사가 괜찮은지 물어오고 있다"며 "회사 홈페이지에도 비판적인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S빌딩 13층 미래도시환경 사무실. 아직 퇴근 시간 전인 데도 문이 굳게 닫혔다. 영업을 중단한지 벌써 이틀째라는 게 주변 사람들 얘기다. 옆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매출이 얼마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무실 인테리어가 너무 화려해 '역시 벤처기업은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체육복표 사업자 수사에 착수한 이후 관련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래도시환경 최규선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친 체육복표사업=지난해 1월 한국타이거풀스(현 스포츠토토)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타이거풀스와 경쟁했던 업체는 이용호씨 사건에 연루돼 현재 중국으로 도피한 김현성씨가 대표로 있던 한국전자복권. 당시 이 두 업체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정권의 핵심실세 두 사람이 각각 두 업체를 밀고 있다"는 의혹이 나돌았다. 스포츠토토측은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비리의혹에 대해 "사업자 선정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고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획득한 것으로 비리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체육복표 사업은 출범 당시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의 매출은 28억원으로 목표액 40억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문 닫힌 미래도시환경=지난 99년 최씨가 미국에서 귀국해 설립했다. 자본금은 5천만원. 등기부상 이 회사 사업목적은 △컨설팅업 △광고대행업 △광고물제작 및 설치업 △무역업 등 10여가지다. 하지만 지난해 이 회사의 실질적인 매출은 모회사 광고대행비 등 월 3천4백만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작은 회사의 대표인 최씨가 어떻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처럼 1백억원대의 자금을 모을 수 있었는가가 검찰 수사의 초점이다. ◇확대되는 검찰 수사=서울지검 특수2부(차동민 부장검사)는 이날 최씨가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등 과정에서 친분있는 정·관계 고위층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에 대해 집중 수사했다. 검찰은 타이거풀스 대표 송모씨로부터 10억원과 타이거풀스 주식 수만주를 받아 전 서울시 고위간부를 지낸 K씨와 나눠 가졌다는 천씨의 진술에 따라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그러나 최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두우의 강호성 변호사는 이날 "최씨가 타이거풀스로부터 사업자 선정 대가로 받았다고 알려진 10억원은 A투자회사가 6천만달러 규모의 펀드에 해외자본을 유치해준 대가로 받은 컨설팅비"라며 "최씨는 타이거풀스 사업권과 무관하며 시중가격으로 주식을 사고 판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후진·김재창·이상열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