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학생과 교사 20명이 보신탕집을 찾아 개고기를 시식하며 보신탕 문화를 직접 체험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4동에 있는 프랑스 외국인학교 고교과정 1학년생 18명과 교사 2명 등 20명은 12일 낮 12시30분 중랑구 면목동 J보신탕집을 찾았다. 이들이 보신탕집에 간 것은 학교 수업시간에 '한국의 보신탕문화'에 대한 토론회를 벌이던 중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프랑스인의 시각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고국에 알리자"고 합의를 봤기 때문이다. 학교 토론회에서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여학생 4명을 제외한 학생 14명과 교사 2명 등은 수육과 탕으로 나온 개고기를 이날 직접 시식했다. 이들은 식당 관계자 및 박성수 전국보신탕식당연합회 추진본부장 등과의 인터뷰에서 "개고기를 특별한 의미로 먹는가" "일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개고기를 먹는 것은 애국심과 관련이 있나" "개고기 문화에 대한 논쟁이후 소비는 줄었는가" 등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식당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심을 감추지 못했던 미리엄양(16)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섭고 망설여졌지만 먹어 보니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다"며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스카군(17)도 "평소에도 개고기를 자주 먹는다"며 "먹고 싶어도 비싸서 못 먹는다"고 넉살을 부렸다. 소피양(17)은 "프랑스에서 살 땐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5년 전 한국에 온 이후 하나의 문화로 이해하게 됐다"며 "보신탕 문화로 한국인을 비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이끌고 온 교사 카이에티씨(30)는 "개고기는 음식의 하나일 뿐이고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없다"며 "한국인을 야만인이라고 발언한 프랑스 여배우 출신 브리지트 바르도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