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즐길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이화자씨(35).오는 24일 문을 여는 롯데호텔의 와인 레스토랑 '바인(VINE)'에서 일하게 될 6명의 소믈리에(Sommelier)중 한명이다. "소믈리에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와인구매부터 감별 서빙까지 와인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와인전문가입니다. 손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포도주를 추천해 주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죠" 최근 우리나라도 음주문화가 서서히 바뀌면서 와인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망가지기'보다는 와인 한잔의 정취를 음미하려는 젊은층들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소믈리에는 고객들의 까다로운 기호나 모임 목적 등에 가장 적합한 와인을 찾아내야 한다. 물론 손님의 '지갑'사정도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다. "와인과 음식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요리와 어우러질때 와인은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죠.사랑하는 남녀사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와인과 음식사이에는 궁합이 있습니다" 때문에 소믈리에는 와인뿐만 아니라 음식에 관한 지식도 풍부해야 한다. 음식재료 하나 하나의 섬세한 맛과 향기까지 알고 있어야 그 요리와 가장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포도주를 골라낼 수 있게 된다. "빈티지(vintage·제조연도)에 따라 같은 종류의 와인도 맛의 차이가 나죠.그 해에 수확된 포도의 질때문인데요. 이름난 와인의 경우에는 이런 세밀한 맛의 차이까지 꿰뚫고 있어야 해요" 소믈리에가 와인을 감별할때는 눈 코 입 등을 절묘하게 활용해야 한다. 우선 잔을 45도 정도 기울여 술과 잔이 만나는 지점의 색을 살핀다. 잔을 돌려 표면적을 넓힌 후 향을 맡은 뒤 한모금 마시고 입안에서 5초정도 머금은 후 맛을 본다. "후각이나 미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담배 커피 등은 소믈리에에겐 독약이나 다름없죠.화장도 무취 화장품만 사용합니다" 아직도 와인을 사치로 여기는 사람들을 만날때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는 이씨.일반적으로 가격이 비싼 프랑스 와인과 달리 독일 미국 호주산 와인은 한병에 2만∼3만원밖에 되지않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와인을 즐기는 방법은 따로 있을까. "와인을 마시는 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지역,숙성연도 등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 작곡가와 연주가에 대해 잘 알수록 음악감상에 도움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죠.음악 감상처럼 와인도 자유롭고 편안하게 마시면 됩니다" 이씨는 호텔리어 출신이다. 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10여년 동안 호텔 고객들의 분신이 된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다. 소믈리에에게 필수적인 서비스 마인드는 그때 확실하게 익힌 셈이다. 그는 이 직업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점점 나아질수록 와인의 인기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10년전부터 소믈리에들이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죠.수천명에 달하는 그들 대부분은 명예와 부를 함께 손에 넣고 있습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