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처리소' 전남 목포의 한국제분 노동조합 사무실 앞에는 이 간판이 노조간판보다 더 크게 걸려 있다. 6선인 김태선 노조위원장(56)이 지난 87년 당선 후 내걸었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일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며 이를 위해선 조합원들의 고충을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당시는 6월항쟁의 불길이 거세게 번져가던 때. 그동안 각계각층의 억눌려 왔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며 조합원들은 '우리도 나서자'며 들고 일어섰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투쟁대신 대화를 선택했다. 김 위원장의 노력 덕분에 한국제분은 노조설립 후 24년동안 무분규사업장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그도 한때는 강성조합원이었다. 78년 노조설립신고 과정에 적극 참여한 그는 이 일로 관리직에서 생산직으로 밀려나는 고초도 겪었다. 노조위원장으로 당선 직후 '한번 붙어보자'며 잔뜩 벼렀다. 그러나 경영진을 만나면서 그의 생각은 1백80도 바뀌었다. 대화를 통해 노사의 목표가 결코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렇게 형성된 끈끈한 노사관계는 지난 97년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칠때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밑거름이 됐다. 회사는 50억원의 금융권 부채를 정리해야 했고 이를 위해 구조조정을 노조에 통보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상여금 2백50% 반납과 2년간 임금동결을 사측에 제시했고 회사는 구조조정 백지화로 화답했다. 목포=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