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판매사원 하면 흔히 보험설계사만 떠올리지만 가전업계에도 수만명의 여성들이 판매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삼성전자 3만명,LG전자 1만2천명등 두 회사의 여성판매 사원만 4만2천여명에 달한다. 대우전자 동양매직 등을 합치며 5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전업계 여성 판매사원은 정규직은 아니다. 보험설계사와 달리 조직관리가 느슨한 편이어서 출퇴근 의무도 없다. 등록할 때 하루 정도 교육을 받으면 한달에 한번씩 지점에 가서 신제품 설명을 듣고 어프로치 판촉물을 챙기면 된다. 대신 기본급 없다. 철저한 성과급이다. 가전회사들에 따르면 가전판매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은 전체 판매사원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여가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부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판매원이 받는 수당은 제품마다 다르지만 평균 매출의 3~7% 정도다. 한달에 1천5백만원어치를 팔면 1백만원을 벌 수있다. 1백50만원짜리 양문형냉장고 10대면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판매사원중 한달에 1백만원 이상 챙겨가는 사람은 각각 1천5백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매달 10만원 안팎을 적립하는 보험계약과 달리 가전제품을 팔려면 한번에 수십만~수백만원을 지출하도록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치는 않다. 가전판매를 전업으로 하는 프로급 판매사원들 중에는 연봉이 1억원을 넘는 사람도 있다. 삼성전자에서 2년째 판매왕으로 뽑힌 최인숙(40)씨의 경우 지난해 혼자 30억원 매출을 올려 2000년에 세운 25억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작년 한해 에어컨만 4천대 이상 팔았다. LG전자의 주부판매 여왕인 김정애(46)씨도 지난 한해동안 31억원어치 가전제품을 팔았다. 프로들은 주로 대형 고객을 찾아다닌다. 예컨대 건물이 새로 올라가는 공사현장을 방문해 대규모 계약을 따내는 식이다. 그만큼 공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극히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규모 계약 때는 할인율과 판촉물을 놓고 밀고당기기도 해야한다. 가전판매사원으로 뛰어들고자 할 때 한가지 유념해야할 것은 대형 할인점과의 경쟁 때문에 인판조직의 영역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거래가 성사된 후 대형할인점에 갔더니 더 싸더라며 불만을 제기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소비자들이 종종 나오기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판매사원들이 늘고있다. 가전업체들은 이런 추세에 따라 주부판매 조직을 소수정예로 축소하거나 교육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등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주부판매 제도가 없어질 가능성은 없다. 홈쇼핑과 전자상거래의 부상 같은 시장 변화를 겪었어도 주부판매 조직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이유는 신용을 토대로 한 거래가 여전히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천억원 매출을,LG전자는 전체 매출의 9~10%를 이같은 인적판매로 벌어들였다. 사람대 사람으로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후관리(AS)까지 보장받고 싶어하는 끈끈한 정서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한편 대우전자는 97년 하이마트를 분사하면서 방문판매조직을 떼어냈고 동양매직 역시 외환위기 때 주부방문판매 조직을 세문이라는 이름의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