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인천시 서구 철마산 숲속. 계향산과 문악산 사이에 위치한 이 산은 멀리서 보기에는 숲이 제법 울창하다. 하지만 동인천여자중학교 운동장 뒷길로 트인 숲속으로 올라가 보면 전혀 딴 판이다. 산기슭 한 면을 빼곡히 채운 수십년 된 리기다 소나무들이 척박한 토양과 담당 구청의 소홀한 관리로 말라 비틀어져가고 있다. 언덕 넘어 뒤편으로 가면 높이 10여m가 넘는 아카시아 나무도 검게 변한 채로 밑둥지가 꺾여 이리 저리 쓰러져 있다. 철마산 생태계 연구에 착수한 임업연구원 산림생태과 조재형 박사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비교적 한적한 탓인지 인천 서구청의 관리가 허술하다"며 "산이 높지 않다 보니 인근 주민들은 나무를 치고 텃밭으로 가꾸는 등 계속 삼림을 훼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얼마 가지않아 이 일대 도시숲은 점차 사라지고 각종 개발용지로 전용될게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도시의 '허파'인 도시림이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도시숲을 대부분 잃어버린 서울시는 뒤늦게 자투리땅에 나무를 심고 인공녹지를 조성하고 있지만 도시숲을 되찾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수도권은 물론 대부분의 지방 도시들은 아직도 개발만능주의에 젖어 서울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 인접도시인 고양시 등의 경우 시내 한복판에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면서 수십년 된 숲들이 대량으로 파괴되고 있다. 임업연구원이 인공위성 영상자료 등을 통해 서울시내 도시림 파괴실태를 분석한 결과 지난 96년부터 2000년 말까지 5년 동안에 사라진 산림 면적이 2백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전체 면적(2백98㏊)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산림이 없어진 셈이다.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서울을 제외한 전국 6대 도시에서 지난 96년부터 5년간 훼손된 숲의 면적은 1천5백5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공 토공 등의 대규모 택지개발, 민간업체들의 아파트 재개발, 그린벨트 해제 등이 도시숲 파괴의 주범으로 꼽혔다. 택지개발 등 산지 전용에 대한 지자체의 허가는 별다른 심사도 없이 허술하게 이뤄지는 반면 산림관리에 대한 제도는 산림법 외 자연공원법 등 2~3개의 관련 법률에 얽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도시숲은 '제도적 무방비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산림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도시림 정책을 연구하는 김재준 임업연구원 박사는 "오는 6월 지자체 선거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지역주민들의 개발압력이 드세질 것을 고려한다면 도시 숲에 대한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보호.육성책이 정부차원에서 시급히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