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장애인을 위해 항상 앞장서던 당당한 모습은 어디가고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다니..."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 장애인 인권운동가 최옥란(36.여)씨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어머니 우모(70)씨는 생전 딸의 모습 생각에 하염없이눈물을 떨구었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던 최씨는 지난달 말 우울증으로 자살을 기도해 한달여간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중 26일 오전 4시께 갑자기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다. 최씨가 장애인 인권운동에 뛰어든 것은 지난 87년 가을. 평범한 장애인이었던최씨는 뇌성마비장애인 모임에 가입하면서 장애인 복지를 위해선 장애인 스스로가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동료들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 뇌성마비장애인연합인`바롬' 설립의 주역이 됐다. 이후 최씨는 불편한 몸과 힘든 경제사정속에서도 장애인이동권쟁취연대회의, 보건복지민중연대 등 장애인 단체를 이끌며 운동가로서 명성을 쌓아갔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현행 최저생계비 산출방식이 의료비가 많이 드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자신이 받는 26만원의 월최저생계비를 국무총리에게 반납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투사와 같은 최씨의 모습 뒤에는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어쩔 수 없는 모성이 있었다. 동갑내기 장애인인 김모(36)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으나 6년만인 지난 98년 이혼해 혼자 살아온 최씨는, 지난해부터 전 남편 집안에서 아들(9)과의 만남을 방해하자 올 1월부터 양육권 소송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경제적 자립능력이 없는 최저생계비 수급자는 양육권자가 될 수 없다는현실을 알게된 앞에 최씨는 그만 좌절하고 말았다. 치료비로 저축한 700만원의 통장잔고를 구청측에 제시하면 경제적 능력이 인정돼 아들을 되찾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최저생계비를 더이상 받을 수 없어 생활이 막막해지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심한 갈등속에 우울증에 빠진 최씨는 결국 지난달 21일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을기도해 입원치료를 받아왔고 최근 상태가 많이 호전됐으나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다. 어머니 우씨는 "항상 밝고 씩씩하게 살아와 장애인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며 "하지만 최근 아들 양육권 문제로 몹시 괴로워하더니 결국 세상을 등지고말았다"고 울먹였다. 최씨의 시신은 28일 오전 6시30분 한강성심병원을 떠나 장애인단체들이 주관하는 명동성당의 노제와 세종문화회관 앞 장례식을 거친 뒤 고양시 벽제화장장으로 옮겨진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훈기자 karl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