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박람회기구(BIE)가 최근 우리나라에 실사단을 파견하는 등 개최지 선정을 위한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BIE 규정위원장인 오이겐 매겔레 단장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은 여수 광양 제주 등 박람회 개최 관련 지역을 돌아보며 실사를 벌인 후 29일 프랑스로 돌아간다. 정부는 오는 12월 BIE 총회의 개최지 최종선정에 있어 이번 실사결과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민간 단체 및 기업들과 함께 적극적인 유치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 세계박람회 유치경쟁은 역대 어느 박람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유치 신청국이 6개국(도시)에 이르는데다 상하이 모스크바 등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강력한 경쟁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왜 여수인가 =여수는 지정학적으로 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관문에 자리잡고 있다. 21세기 동북아 물류중심 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 지니고 있다. 여수 인근에 위치한 광양항의 경우 미주와 유럽을 연결하는 간선항로상에 위치한 물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여수는 또한 한려해상국립공원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조약돌이 바다위에 뿌려진 것처럼 여수 앞바다에 있는 2천여개의 섬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공업발전의 양 축이 조화된 여수는 환경파괴 없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모형을 제시할 수 있다. 엑스포를 개최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는 얘기다. 다도해는 여수인들이 사랑하는 관광자원이자 해양생태계의 보고다. 일찍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청정해역임을 공인받았다. 특히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리아스식 해안은 해양생물들에게 최고의 서식지가 돼왔다. 이런 점에서 여수는 희망찬 미래를 여는 하나의 '열쇠'로 상징된다. 바다와 육지의 혜택을 고루 입고 지내온 여수에서 엑스포가 열리는 것은 곧 해양세력과 대륙세륙의 화합을 의미하는 셈이다. 다양한 젓갈과 갓김치로 상징되는 맛깔스런 음식은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의 혀끝을 매료시키는 진미로 꼽힌다. 고전문학 판소리 강강술래 등으로 대표되는 여수의 예술도 세계문화를 품을 만큼 깊고 넓다. 통일신라시대 장보고는 다도해에서 한.중.일 3각무역의 주도권을 잡기도 했다. 이런 여수의 품성은 세계박람회를 통해 인류에게 평화와 행복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도 남는다. 여수 세계박람회의 메시지 =이번 2010년 여수 세계박람회의 기본 구상은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바다와 땅의 만남'이란 주제 아래 구성됐다. 다양성, 창조성, 연대와 협력이라는 이념 아래 '만남'을 통해 지구촌의 현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인류의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여수 세계박람회 추진위는 이를 위해 새로운 공동체 구현을 위한 신기술 연안보존과 지속가능한 해양개발 바다와 땅이 만나는 곳, 항만 문화간의 만남 등 4개의 세부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새로운 공동체 구현을 위한 신기술 개발'은 일일생활권으로 발전한 지구촌이 있기까지 기술이 어떤 행태로 발전했는지 되짚어 보고 현 인류의 공동관심사인 해양자원개발을 포함, 생명공학 및 의료기술 등 첨단기술 개발에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연안보존과 지속가능한 해양개발'은 이같은 기술 개발로 인해 우려되는 인류의 자연 파손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메시지다. 육지와 해양이 만나는 연안은 육상으로부터 배출되는 오염 물질로 인해 환경적으로 취약하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정부의 과잉개발 정책 등에 따라 가장 잦은 지형변화를 겪어온 곳이다. 연안 보존과 지속가능한 해양 개발이라는 큰 틀 안에서 연안관리 방안 및 환경친화적인 연안공간 이용비전을 이번 엑스포를 통해 모색할 계획이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항만도 관심사다. 세계무역의 80%가 항만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점을 들어 어떤 방식으로 물류 및 항만 기능을 첨단화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류문명이 남긴 유.무형의 다양한 문화유산이 문화적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인류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재조명하는 자리도 아울러 갖는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