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일 특검팀이 밝혀낸 '이용호 게이트'의 전모는 이씨가 정치권은 물론 검찰.군에 이르는 모든 권력기관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여타 게이트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씨는 특히 대통령 처조카 이형택씨를 통해 집중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삼애인더스 보물사업의 경우 이형택씨가 청와대를 비롯, 국정원.해군.해경 등을 광범위하게 접촉하는 과정에서 이기호 전 경제수석이 엄익준 전 국정원 2차장을 연결시켜준 사실이 드러나 중도하차했다. 이형택씨는 또 신승남 전 검찰총장에게 동생 승환씨가 이용호씨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려줘 이씨에 대한 수사무마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이씨에 대한 대검수사 착수 전인 작년 1∼8월 이형택씨가 호텔과 골프장 등지에서 신승남 전 검찰총장 등과 수차례 만난 사실을 밝혀냈으나 이씨사건과의 관련성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또 이형택씨가 이용호씨의 부실채권 인수를 돕기 위해 금융기관 임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동교동의 영원한 집사'로 불리던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가 금감원 조사무마에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이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특검수사에서 드러나면서 아태재단 연루설도 제기됐다. 이수동씨가 작년 11월 검찰 고위간부로부터 이씨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도승희 인터피온 전 사외이사에 대한 수사정보를 전해듣고 도씨에게 이를 알려준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이수동씨 계좌추적 과정에서 김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의 친구인 김성환씨가 관리해온 차명계좌가 잇따라 발견됨에 따라 향후 검찰수사에서 김씨의 비자금이 드러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성환씨는 수사중단 압력의혹과 관련, 이형택씨와 신 전총장의 연결고리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김씨가 홍업씨에게 아태재단 운영자금 명목으로 6억원을 빌려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김씨의 차명계좌 5∼6개에서 거래된 수십억원대의 자금과 관련, "여러 계좌를 거쳐 돈세탁이 된 흔적이 보이는 등 정상적인 자금거래로 보기 힘들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특검 수사결과 이용호씨는 신 전총장의 동생과 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 동생, 임휘윤 전 부산고검장 사촌동생등을 각각 계열사 임원으로 취업시켜 로비에 활용하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다할 학맥이나 인맥이 없었던 이씨는 권력기관 실세들의 친인척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거나 성사시키려 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실제로 승환씨는 이씨 계열사에 취업한 작년 5월 이후 검찰간부 7명에게 전별금을 제공하거나 금감원.자산관리공사.은행 등 금융권 관계자들을 잇따라 접촉한 사실이 특검수사에서 확인됐다. 이씨가 벌인 이같은 로비의 여파로 신승남 전총장이 `동생 유탄'을 맞고 중도에 낙마했다. 이씨의 로비에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년 9월 대검수사에서 박병윤 의원과 오상범 전 청와대 행정관이 이씨로부터 각각 2천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특검수사에서 이씨가 김봉호 전의원에게 정치자금 명목으로 5천만원을 제공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특검팀은 여운환씨로부터 삼애인더스 해외CB 알선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은 이기주 전 한국통신 파워텔 사장을 구속한데 이어 대출알선 및 사례 명목으로 이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전.현직 금융기관 임원 2명을 구속, `이용호 게이트'가 권력기관 뿐만 아니라 기업 및 금융권에 까지 폭넓게 퍼져있음이 입증됐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용호씨의 정치권 로비범위가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드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