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파공작원 문제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혹독한 훈련탓으로 장애인이 된 북파공작원 출신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김영태 부장판사)는 지난달 7일 김모(49)씨가 "북파공작원 훈련을 받다 장애인이 됐는데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주지 않았다"며 의정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등록신청기각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법원이 북파공작원의 실체를 사실상 인정한 첫 판결이어서 북파공작원 인정 및 보상 요구, 유사소송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입대전부터 다소 청력장애 등이 있었지만 북파공작원으로 선발돼 훈련을 마친 사실에 비춰 볼 때 비교적 경미한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김씨가 입대 7개월만에 더이상 군복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중이염 등이 악화된 것은 훈련과정에서 과거지병이 급속히 악화된 결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김씨가 입게 된 장애와 군 복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맡은 정환영 변호사는 "사법부가 북파공작원의 실체를 인정하고 훈련이나 공작 과정에서 부상한 이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데 이번 판결의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유사소송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74년 2월 군에 자원입대한 뒤 북파공작원으로 차출돼 3개월간 폭파, 인명살상 등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청력손상과 성대마비, 후두염, 호흡곤란 등 병을 얻게 됐는데도 보훈지청이 입대전 지병을 이유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했다"며 지난해 소송을 냈다. 한편 53년 한국전 휴전이후 72년 7월 남북공동성명때까지 북파된 공작원은 모두 7천72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북파공작원 출신 250명이 지난 15일 세종로에서 북파공작원 실체 인정 및 보상 등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