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2일은 제10회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 정부는 22일 오전 여의도 KBS홀에서 이한동 국무총리와 환경부 건설교통부 등 관계 부처 장관, 유관기관 종사자 및 전문가 등 1천8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연다. 다른 나라도 다양한 행사를 갖는다. 이처럼 물 행사가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것은 물 부족과 수질오염에 대한 위기감이 지구촌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가 '석유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세기'가 될 것이란 진단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21세기 인류에 대재앙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되는 물부족 문제를 짚어본다. 목 타는 지구촌 =인구 증가와 산업 발달 등으로 물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수질은 악화돼 전세계가 물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 따르면 지난 90년 28개국에 3억3천5백만명에 불과하던 물 기근 또는 물부족 인구는 오는 2025년엔 24억~32억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현재도 80여개국에서 전세계 인구의 20% 정도가 자체 식수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위생용수가 모자라 건강을 위협받는 사람도 많다.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인한 사막화와 식량 감산 등도 빠른 속도로 진행중이다. 세계 물위원회위원장 이스마엘 셀라젤딘은 "21세기의 전쟁은 물로 인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은행도 일찍이 20세기의 국가간 분쟁원인이 석유에 있었다면 21세기는 물분쟁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물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간의 분쟁은 이미 시작됐다. 요르단강에 인접한 이스라엘 시리아 팔레스타인, 나일강 주변의 이집트 수단 우간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12개국의 영토를 관통하는 다뉴브강 등의 지역들에선 물 사용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0년대초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케네디는 일찍이 "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평화상과 과학상 등 2개의 노벨상을 동시에 받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면한 물 문제가 얼마나 절실하고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국도 물부족 국가 =물 부족 문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비교적 풍부한 부존량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구밀도와 지역별.연도별로 편중된 강수량 등으로 이미 지난 90년부터 소말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함께 유엔이 공인한 '물부족 국가군'에 올랐다. 이어 오는 2011년에 18억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강수량은 2천7백5㎥. 세계 평균인 2만2천96㎥에 비하면 12.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한국 국민의 1인당 물 사용량은 프랑스와 독일의 3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최고수준이다. 획기적인 수자원 개발과 함께 물소비량을 대폭 줄이지 않는한 '물기근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모두가 치수.절수에 나설 때 =국내 수자원의 현실은 수량과 수질 양면에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향후 수요의 대량화와 하천환경의 악화 등으로 물 부족의 심각성은 더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당면한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다목적댐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교부 관계자는 "오는 2006년부터 전국적으로 물부족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어 2011년엔 18억t의 물부족이 우려된다"며 "기존 다목적댐과 수력발전댐 등의 연계운영으로 6억t의 용수공급 능력을 높이더라도 나머지 12억t은 환경친화적인 중소댐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요관리에 의한 물 절약 정책도 필수적이다. 물 부족 문제는 결코 물 공급 확대만으로는 해결될수 없다. 물의 효율적인 관리와 사용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표적인 수요 관리 정책에는 물값 현실화를 통한 물 소비의 억제를 유도하는 방안이 있다. OECD 국가중 한국의 수도요금이 가장 비싼 덴마크의 9분의 1 정도에 불과, 물의 과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물 소비의 한 주체로서 국민 각자가 물을 아껴 쓰려는 노력과 실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물을 많이 쓰게 된 데는 물값이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이유 뿐 아니라 과거부터 '물을 물쓰듯' 하는 생활습관도 한 몫하고 있다"며 "물부족 현상을 해결하려면 정부의 물절약 시책과 함께 국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