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서장이 관내 금융기관 대표자 회의에 불참한 신용협동조합과 은행 지점을 찾아가 행패를 부린 뒤 표적수사까지 지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19일 화순신용협동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5일 낮 12시 50분께 김학영 화순경찰서장이 신협에 찾아와 차모(45) 이사장을 객장으로 불러내 "당신이 이사장이냐.나한테 혼좀 나보겠느냐"고 폭언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김 서장은 또 수행하던 정보계장에게 "신협 앞 불법주차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고 신협의 비리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김 서장이 다녀간 1시간 쯤 뒤 경찰서 정보과 직원이 영장도 없이 이사장의 판공비와 출장서류, 신협 예산서류 등을 복사해 갔다가 신협측이 항의하자 돌려줬다. 김 서장은 이에 앞서 12시 30분께 광주은행 화순지점을 방문해 자리를 비운 지점장을 찾으며 직원들에게 "지점장xx 어딨어. CC-TV는 잘 돌아가느냐"고 고함을 치는 등 고객 2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패를 부려 한때 은행 업무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들 두 금융기관의 이사장과 지점장은 전날 오후 2시 화순경찰서에서 열린 관내 금융기관 대표자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일 김 서장의 행동을 목격했다는 한 주민은 인터넷을 통해 `독재정권에서나있을 법한 몰지각한 광경을 보면서 경찰서 정문에 환하게 웃는 포돌이 마스크를 왜붙여놓았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서장은 "최근 금융기관에서 강도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현장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자체 경비태세 및 방범체계가 허술해 화가 난 나머지 실수를 했으나 표적수사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전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금융기관 강도사건이 빈발해 경찰도 신경과민 상태"라며 "금융기관 방범대책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데다 자체 방범체계도 허술한 것을지적할 수는 있겠으나 방법이 다소 과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청은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자체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김 서장의 행동이 지난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화순=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kj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