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딸이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와 티격태격하면 옛 어른들은 "정을 떼고 가려고 저런다"고 했다. 딸을 보낸 뒤의 공허함에 눈물이라도 훔칠까봐 자신을 생각하지 말라고 일부러 "못된 짓"하고 가는 것이란 풀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딸가진 부모라고 해서 고객 숙이고 들어갈 일이 없고 딸이 보고싶으면 언제든 방문할 수있는 시대다. 딸을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도 변했을까. 박방자 박진순 신순희씨등 세명의 예비 친정 어머니들이 속내를 털어놨다. 무기명으로 세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한다. **딸과 여행으로 아쉬움 달래 결혼날자를 잡은 뒤 딸애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셋이서 괌으로 5박6일 여행을 다녀왔어요. 위의 두 딸 시집보냈고 하나 남은 딸마저 떠나보내려니 마음이 너무 허전해 그냥 있기 힘들었거든요. "앞으로는 이렇게 셋이 함께 여행하기 어렵겠지"하는 생각에 호텔에서도 세 식구가 한 방에 자면서 밤늦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도 딸과 함께 세 식구가 홍콩으로 여행 다녀왔어요. 결혼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있어서 딸과 단 둘이 국내 여행을 한번 다녀올 계획이에요. 저는 상견례 자리에서 사돈될 분들에게 "남 주기 싫은 딸"이라고 당당히 말했어요. 사위가 성에 차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 한테는 정말 금쪽같은 딸이니까요. 말 그대로 시원섭섭이지요. 사위될 사람과 딸이 사귀기 시작할 때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요. 딸이 줄곧 공부하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딸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사돈댁에서 상견례를 갖자고 통지해온 뒤에야 딸에게 "정말 결혼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 봤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사돈댁에선 딸 나이가 서른 가까이 됐는데 친정 어머니가 그렇게 무심할수 있냐며 "정말 친어머니가 맞는지 알아보라"고 했다더군요. **보내는 마음은 그래도 불안 예단 준비는 역시 보통 신경쓰이는 게 아니더군요. 딸은 "난 그런거 안해.내가 어디가 못나서 바리바리 싸갖고 가"라고 말하지만 시댁에 물어보면 "간단히 하자"고는 해도 "생략하자"고는 않으시더군요. "시집가서 마음고생 않고 잘 살까"도 걱정이에요. 지난 설에 예비 시댁에 인사갔다 와선 "시누이는 방에서 TV보는데 나는 만두만 빚다 왔어.화나서 밥도 안 먹었다"며 투덜거리더라고요. 사위가 장남인데 우리 딸은 집안 일이라곤 아무것도 몰라요. 걱정스럽긴 하지만 "닥치면 결국 다 하게된다"는 생각으로 그냥 두고 있죠.제가 가만 있으니 자기가 나서 요리학원에 등록하더군요. 딸이 결혼해도 계속 직장에 다닐 테니까 사위가 가사는 "당연히" 도와줬으면 해요. "분담"이란 말도 타당치 않아요. 룸메이트가 함께 살면 자연히 일을 나눠 하듯 그렇게 도와야죠. 난 원래 집에선 운동복 바람으로 지내는데 사위오면 "치마입어야 되나"싶고 마음이 불편해요. 격식없이 지낼수 있는 "편한 사위"원했는데,딸은 "그런 기댄 말라"고 하더군요. ** 사위가 잘해주겠지요 지난 설에 딸이 예비 시댁에 인사간다고 생전 거들떠도 안 보던 한복을 꺼내 입고 신나 하는데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더라구요. 집안 행사 참석할 때 엄마랑 같이 한복 입자면 불편하다고 들은 척도 않더니. 사윗감이 듬직한 건 좋은데 조금 과묵한 편이죠.우리 아이는 선머슴 같고 일과 공부만 아는 아이여서 사위가 조금 더 따스하게 보듬어줬으면 좋겠어요. 글=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 .............................................................. [ 토크 참가자 ] 박방자씨(61.서울시 송파구 가락동):1남3녀중 두딸은 이미 결혼을 시켰음.막내딸 신여운씨(30.광고회사 크리웍스 근무)를 5월 4일 시집보낼 예정. 박진순씨(55.서울시 강북구 수유동):2남1녀 중 큰 아들이 결혼해 며느리를 보았으며 딸 김정효씨(31.영국 유학 준비)를 3월17일 시집보낸다. 신순희씨(53.서울시 동작구 사당동):두 딸 중 둘째를 먼저 혼인시킨다. 딸 임진영씨(28.LG홈쇼핑 근무)가 3월9일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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