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지난해 6월 부부재산계약 1호 커플이 탄생했다. 신랑 이상호(33)씨와 신부 이지용(29)씨가 그 주인공이다. 결혼정보서비스 회사인 듀오의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상호씨는 "책임있는 가정생활과 부부간에 예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부인과 재산계약을 맺었다"고 말한다. 9개월여를 지난 지금은 "계약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 정도로 역할 분담이 잘 이행되고 있다"는 게 이씨의 귀뜸. 부부재산계약 제도란 결혼전 부부간 계약을 통해 결혼후 재산관계를 정해두는 제도.외국의 경우 유명인사는 물론 젊은층이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도 민법 8백29조에 규정되어 있는 제도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어 사실상 사문화됐었다. "부부간에 돈문제를 계약하다니 치사하다"라거나 "결혼하면서 이혼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는 반발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부재산계약제도는 이혼에 대한 대비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한국여성개발원 오정진 박사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부부재산계약 제도가 정착되면 여성의 노력으로 얻은 정당한 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고 가사노동을 통한 가정경제 기여도를 인정받음으로써 부부평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산에 대한 소유와 권리를 명확히 해 가정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혼이나 상속때 부부간 재산갈등을 미연에 방지해 결혼생활의 안전장치가 되어준다"는 설명이다. 물론 부부간 계약내용이 애초 정했던 대로 기계적으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외박"에 대한 규정의 경우 침대에서의 체류시간이 2시간 이상 되어야 하는 것으로 정했지만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부인이 상당히 융통성있게 적용해준다는 것.결혼전 직장생활을 하던 이지용씨가 현재 일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고 있어 가사분담비율을 다시 조정하는 등 조만간 계약내용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이씨는 "계약은 사실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상징적인 것이며 부부간에 서로를 아끼고 더 잘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사실 남자에게 손해인 만큼 이혼을 염두에 두었다면 선택할 수도 없는 제도"라며 "부부간에 사랑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들 이후 문의는 빗발쳤지만 사실상 제 2,제 3의 커플은 나오고 있지 않다. 여전히 인식이 덜 되어서다. 전문가들은 "부부재산계약을 혼인 중에도 체결하고 변경이나 폐지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며 "예비부부들이 이 제동의 내용과 취지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와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