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례인협회는 지난 2000년 8월 설립됐다. 현재 협회 회원수는 72명.회원의 약 62%가 초.중.고교 교장 및 대학교수.강사 등 교육계 출신이다.전직 행정관료나 예비역 장성,국회의원,문인 등도 포함돼 있다. 여성회원도 2명이 있다. 연령층은 모두 60세 이상. 현재 서울(본부)을 비롯 인천 대구 광주 부산 전주 울산 경남 전북 등 전국에 8개 지부를 갖추고 있다. 협회 결성후 지금까지 약 2천5백쌍의 주례를 진행했다. 주례비는 12만원. 주례 의뢰는 인터넷이나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에게는 보통 결혼식 열흘 전까지 주례인의 약력을 보내준다. 주례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드는 주례인을 찾을 때까지 바꿔준다. 만 50세 이상이거나 경제력이 없는 극빈자(생활보호대상자),3급 이상 장애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출신 신랑 신부들에게는 무료 주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홍보가 제대로 안된 탓에 아직까지 무료 주례 건수는 30여건에 불과하다. .............................................................. 결혼식의 주인공은 당연히 신랑과 신부지만 행사는 주례가 리드한다. 주례는 식장의 분위기를 좌우하며 하객을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는 연출자다.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를 연출자로 초빙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학계나 관계에서 은퇴한 정년 퇴직한 60~70대 "은빛 노장"들이 주례를 구하지못해 애를 먹는 신랑신부를 위해 한국주례인협회(www.kwoa.or.kr)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회원(전문 주례인)들은 백년가약의 의식을 이끌어줄 주례가 없어 애태우는 예비 신랑신부가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돈없고 능력없는 사람이면 무료봉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랑신부의 나이,자란 환경,직업,만난 사연 등에 따라 내용을 달리하는 다양한 형식의 주례사가 머리에 입력돼있어 누구보다도 원만하게 식장의 분위기를 리드한다. #성수기엔 하루에 네탕 봄.가을 결혼 성수기에는 월 2백-2백50건의 주례 요청이 이 협회에 접수된다. 비수기에의 주례 의뢰도 월 1백여건에 달한다. 결혼식이 집중되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바쁠 수밖에 없다. 많을 때는 한사람이 하루에 네건의 결혼식을 집도하기도 한단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두시간 간격으로 식장을 옮겨다닌다는 것. 교통편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불문율이다. 만에 하나라도 길이 막여 주례가 식장에 늦으면 안되니까. 보통 일주일전쯤 의뢰인과 잠깐 만나거나 아니면 전화를 통해 신랑신부의 인적 사항을 파악해 그에 맞는 주례사를 준비하지만 급할 때는 식장에서 바로 입을 맞추기도 한다. #주례사는 기본이 열가지. 전문주례인들은 보통 10가지 포맷의 주례사를 만들어 갖고 다닌다. 주제도 효(孝)에서부터 지혜 근면 성실 인내 건강 화합 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의뢰인의 가정 환경이나 성격,외모,식장의 분위기 등을 감안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골라 주례의 "말씀"을 해준다. 주례 경력이 많은 회원들은 사랑 또는 결혼을 테마로 한 시도 5~6편 정도 외운다. 기분이 내키 주례사 말미에 한수 들려줌으로써 식장의 분위기를 띄운다. 자신들에게 주례를 의뢰해오는 예비 부부들이 대부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신랑신부의 "체면"을 세워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데 특히 신경을 쓴다. 예컨대 길에서 붕어빵을 굽는 사람은 수산업에 종사하는 전도 유망한 젊은이로,택배일을 하는 퀵서비스맨은 유통업계의 젊은 인재로 치켜세우는 식이다. #펑크 막는 '5분 대기조' 결혼식날엔 한꺼번에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갖가지 돌발변수가 튀어나온다. 종종 일어나는 해프닝중 하나는 지방에서 단체로 올라와야 할 하객들이 교통 혼잡으로 제 시간에 못 오는 경우.식장이 텅텅 비어있는 상태에서 식을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라 하객들이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뒤에 또다른 주례 일정이 잡혀있으면 정말 "피"가 마른다. 하지만 이 협회에서 주례를 펑크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바로 상시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는 "주례 대기조" 덕택이다. 항상 5~6명 정도의 예비인력이 집이나 협회 사무국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당초 약속한 주례인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예식장에 가기 힘들면 "사태 처리반"으로 나서 대신 주례를 선다. #주례비는 선불,그 이유는... 지난 2000년 8월 협회를 처음 만들었을 당시만 해도 주례비는 예식이 끝난 뒤 신랑이나 신부 가족들에게 받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결혼식이 끝나면 사진촬영이다 폐백이다 해서 신랑신부 가족들 모두 정신없기 마련.특별한 친분도 없는 "고용 주례인"은 관심 밖이되기 십상이다. 사례비를 받기위해 한두시간씩 기다려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 주례인이 신랑에?"저,주례비는 누구한테 받나..."하고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가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신부측에서 전문 주례인을 불렀다는게 들통이 났기 때문.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선 생면부지의 사람을 주례로 초빙하면 "아니 어떻게 살았길래 주례 서 줄 사람 하나 못 구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게 이 일반적이다. 이래저래 서로 낯뜨거운 일을 피하기 위해 주례비는 예식을 올리기 전에 미리 받는다고. #주례도 환갑,신랑도 환갑 한 주례인은 환갑을 맞은 동갑내기의 결혼식 주례를 선 적도 있다고 한다. 늦깍이 신랑은 부인만 한국에 남겨두고 돈을 벌기위해 스무살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40년만에 귀국했다. 고국 땅을 밟은 그를 위해 자식들이 환갑연과 함께 조촐한 결혼식을 마련했던 것.자연히 호칭도 "신랑 OO군"이 아닌 "신랑 OO선생님"이었다. 의뢰는 한 사람이 해 놓고 정작 식장에 가보니 3형제의 합동 결혼식 자리여서 당황한 적도 있다. 국제결혼일 때는 신랑신부에게 직접통역도 시킨다. 무엇보다 보람을 느낄 때는 장애인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주례를 섰을 때다. 이 협회의 회원들은 60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사회에 무언가 봉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큰 기쁨으로 여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