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신정철씨(28). 앞으로 3년안에 "귀농"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잡아놓고 농협중앙회 등 농업교육기관에서 농지 매입 방법 등 귀농 준비를 차분히 해나가고 있다. 신씨는 "지금 직장생활에 흥미를 잃어서가 아니다"면서 "고향인 강원도 영월에 내려가서 뉴라운드 농업개방을 전후해서 격변할 농촌에서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되어 귀농을 서두르고있다"고 결연하게 말했다. 두살난 딸을 키우고 있는 김운희씨(29.주부.서울 여의도))도 최근 농촌 이주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해 천식으로 고생이 심한 아이의 건강을 위해 공기 좋은 농촌으로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판단에서다. 김씨는 하지만 남편이 서울에서 직장을 계속 갖기를 원하는 점을 감안,최근 농협에 포천이나 여주에 있는 농가 주택과 약간의 텃밭을 알선해 달라고 전문알선회사에 주문을 해놓았다. IMF 경제위기후 잠잠했던 귀농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외환위기직후의 귀농은 대부분 직장을 잃은 이들의 "생계형"이었던데 반해 최근의 귀농은 과거와는 다르다. 방송사 PD로 일해오던 사람이 농산물 유통업에 뛰어드는 등 요즘 소위 가장 촉망받는 직장에 있는 사람들도 귀농을 선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 농협중앙회는 지난 2일부터 귀농 희망자를 대상으로 농업 및 농촌에 대한 정보와 각종 영농지식을 제공하는 귀농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지난 2일부터 전화와 인터넷 등을 통해 신청을 받은 결과,하루 평균 50통 이상 문의가 쇄도하는 바람에 일손이 달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농협중앙회 김중태 차장은 "과거 귀농 희망자들과는 달리 농업중 어떤 분야를 진출할 지를 이미 결정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 및 기술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온다"면서 "과거엔 막연한 향수나 호구지책의 귀농이 많았지만 요즈음 "준비된" 귀농케이스가 대부분"이라고 귀뜀했다. 서울시도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광주시 양평군 등지의 9개 지역에 대해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지난 친환경농장 참가자를 지난달 7~28일동안 모집한 결과,전체 농장 면적 1만9천평(6만2천7백평방m)중 1만8천5백평(6만1천50평방m)가 분양완료됐다. 시측은 "분양이 끝났는데도 추가 모집을 하라는 요청이 쇄도하고있다"고 전했다. 인쇄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노치현(46)씨는 "2년째 친환경농장 사업에 참가,양평군 양수리에 4구좌(20평)의 텃밭을 분양받게 됐다"며 "작년에도 여기서 얼가리 배추 등을 재배해 김장에 썼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딸을 데리고 가서 현장 체험을 시키는 효과도 있는데다 퇴직후 "귀농"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열심히 밭을 가꿔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