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가 차량 신호로 바뀐 직후 발생한 교통사고는 운전자의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신호등이 고장났다면 사고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형사7단독 이성구 판사는 3일 보행신호가 주행신호로 바뀐 뒤 횡단보도에서 사람을 치어 전치14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이모(59)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피해자가 보행자신호중 녹색신호가 깜박거릴 때 횡단을 시작했지만 미처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신호가 적색으로 변경된 뒤 이씨가 차량진행신호에 따라 주행하다가 사고를 냈다"며 "이는 피해자가 신호를 위반해 길을 건넌 것이어서 횡단보도를 통행중인 보행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경우 자동차 운전자가 보행자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최근 이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재판 계류중인 유사사건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잇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경찰청이 시범설치한 신형 신호등은 여러개의 역삼각형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보행신호의 남은 시간이 표시되는 반면 녹색신호가 처음부터 점멸하기 때문에 전면도입시 사고 책임을 놓고 형사재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서울지법 형사13단독 이응세 판사는 신호등이 고장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치어 뇌진탕 등 전치8주의 상해를 입히는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모(38)씨에 대해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는 신호등이 고장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하고 전방주시를 게을리한 채 차를 몰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