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서구 마륵동에서 광산구 비아동을 연결하는 제2순환도로 4구간. 당초 올해 안에 끝날 예정이던 이 구간 공사는 아직까지 시작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6일 개통될 서구 풍암동∼마륵동 3구간은 '순환도로'가 아니라 '반토막 도로'로 전락하게 될 판이다. 시내 중심가의 교통량 분산 효과도 자연히 반감될 게 뻔하다. 서구 풍암동에 사는 조모씨(38)는 1일 "시가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하철 공사를 밀어붙이더니 결국 도로 하나 제대로 못 뚫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마다 지하철 건설 사업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다른 사업에는 손도 못 대는 경우가 많다. ◇현안 사업은 뒷전=광주시 서구 풍암동에 올해 말까지 조성될 예정이던 제2농산물도매시장도 예산 부족으로 완공 시점이 2년 정도 늦춰졌다. 올해 광주시 예산 1조5천6백20억원 중 12.8%인 2천억원이 지하철에 투입되는 데 따른 부작용이다. 올해 시 예산은 지난해보다 6백62억원이나 깎였지만 지하철 예산은 오히려 1백90억원 증액됐다. 부산 서구 암남동과 영도구를 잇는 남항대교. 총 연장 1천9백25m인 이 다리는 부산시 외곽순환도로의 하나로 시내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지난 97년 9월 착공돼 오는 2003년께 완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98년 예산 부족으로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다가 최근에야 다시 재개됐다. 그나마 공정률이 11% 안팎에 불과해 완공까지는 앞으로 4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 회사원 신동철씨(38·영도구 동삼동)는 "도로 개통이 늦어지면서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국우터널과 범안로 건설 사업은 재정난에 따라 민자유치 방식으로 건설된 사례다. 하지만 이 도로는 유료로 운영되고 있어 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전은 대덕밸리 내 중소·벤처기업 지원금 중 지자체 몫의 분담금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하철이 완공된다 해도 후유증이 크다. 인천은 지하철 1호선 건설에 들어간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올해 5백3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송도 신도시 조성 사업은 4년째 지연되고 있다. ◇사업비 눈덩이처럼 증가=지난 98년 개통된 대구 지하철 1호선 건설 사업비는 지난 91년 착공 때만 해도 7천4백28억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투입된 금액은 예상치의 2배 가까운 1조4천5백억원이었다. 이 때문에 지하철 2호선은 지난 97년 1월 착공식만 열린 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부산 지하철 3호선도 지난 96년 첫 삽을 뜰 때 예상한 금액보다 50% 이상 증가한 2조4천8백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사업비와 함께 지자체의 빚도 덩달아 커졌다. 현재 광주시 부채 1조2천억원 중 지하철 관련 부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대구시의 지하철 부채는 이자까지 포함해 모두 1조4천6백억원에 달한다. 대구시의 올해 일반회계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수요예측은 주먹구구=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변동철 조직부장은 "시는 지하철 건설계획을 수립하면서 올해 시 인구가 3백20만명 정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는 완전히 빗나갔다"며 "이왕에 건설된 지하철이야 어쩔 수 없지만 새로운 노선 건설은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광주시 인구는 1백40만명 안팎이다. 대구 지하철 1호선도 하루 승객 수가 당초 예상치의 25% 수준인 14만명에 그치고 있다. 지난 98년 개통 이후 누적적자만 1천억원에 육박한다. 부산 지하철 2호선도 공항 연안여객부두 등과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시민들의 이용이 저조하다. 서울지하철조차 만성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도시들이 지하철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선 자치단체장들의 '업적 쌓기용'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부산교통공단 김정필 과장은 "지하철 건설사업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경제성을 엄밀히 따져 선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국·김태현·신경원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