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진은 글짓기 선생님이다. 아무리 남 흉보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녀를 보면 "참 매력적으로 생겼네"라고 생각한다. 이목구비의 생김새를 하나하나 낱개로 뜯어보면 별로다. 그러나 그 조립이 탁월해서 왠지 미모로 착각하게 만든다. 남편은 대기업 기획실에 근무.선배의 소개팅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열렬한 연애끝에 결혼,지금은 "솜사탕 깨범벅" 신혼기다. 정미진은 취미가 여행.무작정 훨훨 떠나고 싶은 새띠근성을 강렬하게 소유한 조류과에 속한다. 남편은 틈만나면 아랫묵에 죽치고 누워버리는 쿨쿨파."훨훨파"와 "쿨쿨파"가 만나 일심동체가 되려니 "올록볼록 세력다툼"이 이만저만 아니다. 남편은 하루종일 나오지도 않는 아이디어를 치약 짜내듯 짜내며 살다보니 집에 와선 잠으로 충전을 해야한다는 해괴한 주장.독립정신이 투철한 정미진은 남편만 바라보고 살다간 한숨만 쏟아질 것을 일찍이 간파했다. 그래서 스스로 일을 하기로 작정했다. 글짓기 선생님이 되고 부터 그녀는 두가지 확실한 테마를 가진 직업인이 된 셈이다. 경제적 독립과 정신적 독립.그러나 정미진은 남편과의 생활에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장난스런 아이디어를 내보았다. "남편 바겐세일".급매물 광고를 만들어 남편에게 보여 주었다. "술 담배를 무척 좋아하고 심히 게으르며 왼손잡이.오른손은 오직 TV 채널 돌리는 것에만 사용함.이 남자가 특히 잘하는 것은 코골기와 무조건 남에게 인심쓰기.집안 일은 나 몰라라 하면서 회사 일은 1백% 완벽하게 프로근성을 발휘함.70% 반짝 세일 중.연락처 00아파트 00동 00호...". 남편은 아내의 광고를 보며 껄껄 웃더니 이렇게 충고까지 한다. "에게게? 급히 판다면서 겨우 70% 반짝 세일은 뭐람? 99% 폭탄으로 싸게 파는 게릴라 세일이나 엽기 세일정도는 돼야 눈이나 꿈쩍하지.누가 사가겠어? 진짜 팔아 치울래면 약간의 현금까지 꼬리표로 붙여서 내놔야 팔릴까 말까 할텐데!". 그리고 날마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묻는다. "햐,그거 되게 기다려지네? 나 아직 안 팔렸어?" 그녀가 시큰둥하게 안 팔렸다고 대답하면 남편은 오히려 아내의 세일즈기법에 문제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것 봐.사실은 자기 나를 판매할 의사가 없는 거 아냐? 진짜 팔고싶다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광고를 해야지.판촉전략 내가 짜줄까?" 하이고,저 능청 좀 보라지.정미진은 어디 두고 보자는 마음으로 광고전단을 다시 만들었다. 이번엔 다른 각도에서 카피를 써봤다. 똑같은 것도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되는 것.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속에서 "느림"의 여유와 낭만을 잃지 않고 술 담배를 즐길만큼의 건강도 소유하고 있음.다른 사람들이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왼손을 아주 멋지게 사용할 줄 암.심지어는 잠잘 때조차도 음악적 재능을 발휘함" 그런 쪽으로 남편을 바라보니 정미진 자기가 보기에도 남편이 아주 근사해 보였다. 아니 이렇게 멋진 사람이라면 구태여 왜 남에게 세일로 넘겨? 자원 재활용 시대인데 내가 "리메이크"해서 데리고 살아야지. 정미진은 갑자기 실밥이 뜯어진 여자처럼 남편을 향해 화사사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