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맥도날드 인천터미널지점의 이은주 점장.매니저 8명을 포함해 모두 53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이 점장은 77년생으로 올해 나이 불과 스물넷이다. 맥도날드에 최연소 점장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출발해 눈코뜰 새없이 앞만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날 점장이 되어있더라구요" 그가 맥도날드의 문을 두드린 것은 95년.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재수와 취업 사이에서 갈등을 할 때다. 서울 노량진에 있는 컴퓨터 학원 등록하러 갔다가 근처 맥도날드 가게에 붙어있던 아르바이트 모집공고를 본 게 그의 진로를 바꿔놓았다. "사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었죠" 사회생활 8년차지만 말하는 투나 입가에 번치는 해맑은 웃음이 영낙없는 꽃띠의 신세대다. "해보니까 재미있었어요. 한달에 42만원 받고 새벽에 인천 집으로 택시 타고 퇴근하면 용돈 쓰기도 빠듯했지만요. 그래서 나도 매니저하고 싶다고 당시 점장님을 졸랐습니다." 1년간의 아르바이트 생활을 마치고 아르바이트생과 매니저 사이를 중재하는 스윙 매니저(Swing Manager)가 된 것이 96년.이후 다시 몇단계를 거쳐 지금의 점장자리에 올랐다. 그는 점장 역할을 너끈히 해낸다. 한달에 7~8일 쉬고 하루 여덟 시간 이상 일한다. 오전 오후 근무가 수시로 교대되고 오후 5시에 출근해 새벽 2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다른 친구들과는 삶의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휴일에도 출근해야 하다 보니 연애할 겨를도 없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아요. 제가 그동안 쌓은 경력을 친구들과 비교하면 성취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한달 매출 목표를 달성하면 느끼는 그런 성취감이요. 하지만 언젠가 공부도 다시 하고 싶습니다" 실적을 올리는 건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돈버는 게 궁극적인 목표인 점장 역할.그렇다고 힘에 부친다는 것은 결코 아니란다. 지난 7년간의 사회 경험이 사람 다루는 기술까지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부드럽게 다루면 안돼요. 여성스럽고 침착한 것은 좋은 접근 방법이 아니죠.너무 친하면 헤어지기 어렵고 인사관리하는데도 부담이 되거든요" 나이도 결코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다부지게 말한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으니까 대졸 공채랑 비교하면 제 나이가 어린 편이죠.하지만 어려운 점은 없어요. 나이가 어리니까 확 휘어잡지 못한다구요? 걱정안합니다. 확 휘어잡으면 그게 오히려 독재 아닌가요?" 하지만 그도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처음 점장 생활을 시작한 동인천과 만수동 지점에서는 떠나는 크루들에게 편지 돌리고 적응 잘 못하는 친구들을 모아 술도 사고 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공사(公私)를 분명히 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점들 중에서도 교육체계가 잘 잡혀있고 기초가 탄탄해서 더욱 클 수 있는 회사"라고 소속기업에 대한 자랑도 빼놓지않았다. 이 점장은 회사 얘기를 할 땐 빈틈 없어보이지만 신세대 꽃띠임을 곳곳에서 들키고 만다. 노는 날엔 친구들과 종로나 강남을 쏘다니고 여전히 햄버거를 가장 좋아한다. "휴가 끝내고 오랫만에 출근하는 날엔 햄버거 냄새가 솔솔 나고 먹고 싶어져요. 다른 친구들은 질린다고 하는데 저는 여전히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죠" 아르바이트생들을 뽑을 때도 "꽃미남"에 눈이 간다. 한창나이의 처녀인데 어떡하겠나.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잘 생기고 키 크면 좋죠.맥도날드는 서비스업이고 특히 카운터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곳이라 호감가는 외모가 매출과 직결되는 것 아니겠어요"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