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아침 전격적으로 철도파업이 타결된 것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와 노동계 모두 공멸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민영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교통.물류 대란'을 조기 진화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노조로선 파업의 핵심명분인 '민영화 철회'에서 다소 후퇴하는 대신 '3조2교대 근무제 도입' 등 구체적인 데서 전과를 올렸다. 정부는 '명분', 노조는 '실익'을 챙긴 셈이다. 서로 노림수가 다르다보니 타결 후에도 노사갈등의 고리인 민영화 대목을 놓고 정부와 노조는 '동상이몽(同床異夢)'식 해석을 하고 있다. 요컨대 이번 타결은 '종전'이라기 보다는 '휴전'내지는 '문제이월'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타결문안 자체가 민영화 부분에 대해선 두루뭉실하게 넘어가고 있는 데서도 여론을 의식한 '봉합' 흔적이 여실이 드러난다. 노사 양측은 합의문에서 '철도가 국가 주요 공공 교통수단이라는데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향후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에 대해 공동 노력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정부의 '민영화 원칙'과 노조의 '철회' 주장을 적당히 절충한 것이다. 임인택 건설교통부 장관은 이날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에 대해 공동 노력한다'는 대목은 민영화나 구조개혁 등의 논의를 통해 적자에 허덕이는 철도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측의 해석은 정반대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철도가 국가 주요 '공공교통수단'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는 문구는 철도청이 국영기업으로 계속 남아야 한다는 뉘앙스가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각차이는 앞으로 두고두고 문제의 불씨로 남을 것이고 관련법의 국회심의 등 향후 민영화 준비과정에서 반드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3조2교대제는 6개월 이내 노사가 공동으로 경영진단용역을 통해 합리적인 인력을 산출, 시범운영을 거쳐 2003년부터 2004년까지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키로 합의됐다. 노조측 입장에선 시행시기를 2004년으로 앞당기고 수당감소를 보전받는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인력충원 규모 등을 못박지 않아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해고자 복직문제의 경우 지난 2000년 복직 원칙을 제시했던 노사정위 합의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노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구체적인 시행방법은 별도 합의에 따라 올 9월 말 이전에 합의 처리키로 합의했다. 노조측의 명분은 살려준 셈이지만 지난 25일 새벽 '해고자 58명 전원 복직' 주장을 내세우며 파업을 강행한 노조 집행부로선 '입장후퇴'란 내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또 합의서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노조 집행부에 대한 고소.고발 등 문제는 사측이 다소 유연하게 대응하는 선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되풀이해온 정부입장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