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전문가인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26일 "금융발전을 위해 한국 정부는 은행민영화를 서둘러야 하며 금융감독을 강화한다면 대기업에 은행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초청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아이켄그린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외국자본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도 은행지분 참여가 허용돼야 한다"며 "다만 소액주주권한 보호와 사외이사 기능 강화라는 전제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금융구조조정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인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럴 때일수록 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해 부실을 털어내는 일"이라고 충고했다. 또 세계경제가 호전되면서 한국의 경제상황도 함께 좋아진 측면이 있고,일본이 금융구조조정을 늦춰 '잃어버린 10년'을 겪고 있는 사례도 있어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특히 아시아 국가들간 금융협조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 방안으로 아세안국가(7개국)와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이 연합해 역내 중앙은행의 구실을 할 수 있는 아시아금융협회(AFI·Asia Financial Institute)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는 "아시아 금융시장은 서유럽과 달리 어느 국가도 중심축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매우 불안정한 시장"이라며 "대외적인 환율변동이나 금리변화 충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역내 협조체제를 갖추는데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AFI는 현재 논의가 진행중인 아시아 각국의 '통화스와프(치앙마이 이니셔티브)'를 포함해 펀드조성을 통해 위기에 처한 국가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AFI 회원국간에는 우선 회계사나 금융감독 당국자간 인적 교류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아시아 역내에서 공통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금융제도를 갖춘다면 이 지역에 금융불안이 찾아와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