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여입학 허용돼야 국제수준 대학 성장 ] 정창영 < 연세대 부총장 > 해방후 지난 50여년간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은 규제쪽에 너무 치우쳐 있었다. 앞으로는 자율과 경쟁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대학이 가지는 중요한 기능중 하나는 산업계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제공해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대학의 열악한 재정 상태로는 국제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하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연세대의 경우 국내에서는 그래도 재정이 건실한 편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대학으로 발돋움하기에는 너무나 제약이 많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기부금은 약 2백억달러에 달한다. 연세대가 국내에서 기부금이 많은 편에 속한다고 해도 여기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서 충당하고 있지만 지금도 학생들과 등록금 인상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올해 등록금을 6%밖에 올리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 지원은 예산 제약으로 크게 기대할 수 없다. 기부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아 동문들한테도 별로 바랄게 없다. 기여우대제 도입은 이같은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특정 대학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대학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책이라도 제시할 수밖에 없다. 연세대가 내놓은 기여우대제 안(案)은 학교에 '돈'을 낸 사람을 당장 '입학자격'과 맞바꿔 주는 제도가 아니다. 할아버지대에서 학교에 물질적으로 기여를 하면 그 손자가 혜택을 받도록 했다. 기부금으로 받은 돈은 전적으로 장학금과 실험실습 기자재 구입용으로만 사용된다. 대학들도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절대적인 평등을 바란다는 국민 정서상 기여입학제 도입이 어렵다고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