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로 경영 위기가 닥치자 회사가 사내 부부중 한명이 사직하도록 강요한 것은 부당 해고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박국수 부장판사)는 26일 김모(34.여)씨 등 A보험사 전 직원 4명이 "회사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사표를 썼다"며 회사측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사가 정리해고 부담을 피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부부사원중 1명에게 퇴직을 종용했다"며 "원고들은 회사측 종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본인 뿐 아니라 배우자까지 불이익이 미칠 것이란 압박감이 가중됐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사직서 제출 대가로 별도의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 없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며 "사직할 뜻이 없는 근로자에게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케 했고 정리해고 요건도 갖추지 못했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돼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는 원고들이 해고후 복직할 때까지 임금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부가 함께 근무중이던 김씨 등은 남편을 통해 회사측의 퇴직 압력이 계속되자 98년 8월 사표를 낸 뒤 소송을 냈다. 한편 이 회사에서는 이들이 퇴직할 즈음 사내부부 88쌍중 86쌍 가운데 한 명씩이 사직서를 제출했었다. 정강자 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IMF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들이 우선 해고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관행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잘못된 관행에 경각심을 울린 것으로 여성계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