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공사(1∼4호선) 노.사간의 임.단협합의안이 22일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됨에 따라 노사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현 집행부가 사측과 합의한 임.단협안은 완전 무효가 된데다 사측과 합의서에 서명한 배일도(裵一道)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게돼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또 최근 철도, 발전, 가스 등 국가기간산업 3개 노조와 사회보험노조, 민주노총 소속 140여개 사업장의 파업 강행 선언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차가워진 노사관계를 한층 냉각시킬 가능성도 크다. 먼저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지하철공사 노조는 현 집행부 체제 하에서 차기 집행부를 구성, 사측과 무효가 된 2001년도 임.단협을 놓고 교섭을 재개해야 한다. 그러나 차기 집행부를 구성하는데 2개월 가량 걸리는 데다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불신임 이후 꾸려지는 차기 집행부가 이전 집행부의 합의안 이상의 요구안을 내세울 가능성이 커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는 지난 87년 지하철공사 노조 설립 이래 집행부가 합의한 임.단협안을 대의원이나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시킨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집행부 자체를 불신임한 경우는 지난 93년 한차례에 불과했던 점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배위원장의 지난 2000년 1월 '무파업 선언' 이후 단 한 차례의 파업도 없이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한 때 '신노사문화'라는 호평까지 받아온 지하철공사 노.사 문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날 투표 결과, 합의안 인준과 집행부 신임에 대한 찬성표가 45.1%로 하한선인 과반수를 넘지 못했지만, 반대표 또한 54.9%에 머무르는 등 찬반이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면서 자칫 노-노간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도 적지 않은 상태다. 임금 6%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이전 합의안에 대해 "민간기업에서는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현실에서 행자부 지침까지 넘어선 불합리한 합의"라는 일부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이 마저 거부함으로써 지하철에 대한 상당수 시민들의 불신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번 합의안은 공사측 입장에서 최대한 양보한 것인 데도 노조가 이를 거부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차기 집행부와도 '무파업타결' 원칙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aupf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