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가 산만해 수업에 집중 못하고 학교성적이 바닥권인 채로 학년만 계속 올라가는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을 예전에는 환자로 취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소아정신과에서 이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란 병명으로 부르면서 갖가지 치료를 하고 있다. 한시도 가만 있질 못하고 꼼지락거리고 남에게 짓궂게 굴며 공공장소에서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아이라면 이 질환을 한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서울중앙병원 삼성서울병원 한림대의료원 인제대의료원 등에 이를 치료하는 클리닉이 운영되고 있다. ◇ADHD의 실상=초등학교를 만6세에 1년 일찍 들어갔다가 중도탈락해 이듬해 다시 입학하는 어린이가 적잖다. 이런 아이들은 ADHD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의들은 학령기아동의 3∼8%가 ADHD로 진단될수 있으며 이중 80%가 남자로 여자보다 훨씬 많다고 설명한다. 커가면서 서서히 교정되긴 하지만 남녀 각각 전체 성인의 2%가 ADHD환자로 남는다는 것이다. ADHD를 방치해두면 학업성적이 계속 부진하게 되고 학칙을 어겨 급우나 선생님으로부터 '왕따'나 '문제아'로 따돌림을 받기 쉽다. 미국에서의 연구결과 ADHD가 치료되지 않으면 청소년기에 비행을 저질러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며 성인이 된 후에도 대부분 우울증을 보이고 이들중 절반은 알코올중독,25%는 약물중독에 빠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사회에서는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병행업무수행능력'도 일종의 재능으로 간주되는데 성인 ADHD환자는 이런 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회의,지속 반복적인 업무 등에 대해서는 싫증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불리할 경우가 많다. ◇원인과 치료=ADHD는 60∼70%가 주의력을 조절하는 중추신경에 미세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있다. 출생 전후의 미세 뇌손상,유전적 요인,외상 감염 등 성장기의 질환,산모의 임신중독 약물중독 흡연,어린이의 지나친 조숙,불우한 가정환경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산모의 흡연은 발병위험을 2배이상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정신과에서는 적절한 행동은 칭찬하고 부적절한 행동은 제재하는 '인지행동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집중력을 강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어텐션닥터'를 이용한 치료도 병행한다. 부모가 아이의 부산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부모훈련과정'도 있다. 최근에는 약물치료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3환계항우울제나 부프로피온 같은 약이 처방된다. 이런 약들은 어느 정도 부작용이 따르며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천근아 연세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주의가 산만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아이를 ADHD환자로 볼 수 없다"며 "초등학교 입학 전후의 학교생활을 지켜보면서 여러 검사로 진단한 다음 ADHD여부를 판정받고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