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진이가 학사모도 한번 못 써보고 그렇게 떠나버린 것이 평생에 한(恨)이었는데 이제 죽더라도 여한이 없어요.상진이의 넋도 기뻐할 겁니다" 지난 75년 4월11일 서울농대 재학중 유신독재에 항거,교내 집회 도중 할복자살한 김상진씨(당시 26세)의 어머니 박재연 할머니(85·서울 은평구 갈현동)는 서울대가 오는 26일 열리는 2001학년도 졸업식에서 아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키로 했다는 소식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이 죽은 뒤 30년 가까이 숨죽여 간직해온 한이 한꺼번에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피지도 못한 채 그렇게 무심히 가버린 아들이 한없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해마다 기일이나 생일 때면 잊지 않고 찾아와 기억해주는 아들의 친구나 선·후배들을 보며 '상진이가 큰 일을 하긴 했나보다'라는 생각에 힘을 얻곤 했다. 김씨의 고교·대학 동창인 안종건 방송통신대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김상진 기념사업회'측이 이번에 서울대에 명예졸업장 수여를 요청하게 된 데도 어머니 생전에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자는 뜻이 컸다. 나머지 자식들의 출가후 혼자 지내오며 그리움의 병에 노환까지 겹쳐 현재는 혈압약과 심장약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지만 외로울 때마다 아들 사진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박 할머니. 박 할머니는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게 된 것 같아 너무 기쁘고 학교측에 감사한다"며 "졸업식날 용미리 묘역에 찾아가 상진이에게 졸업장을 빨리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민주화운동과 관련,명예졸업장을 수여하는 것은 지난해 박종철씨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김씨는 지난해 1월 국무총리 산하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공식 인정됐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