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정은 탁구공이다. 조그만 몸도 물론 날렵하지만 깃털같은 맘은 더 날렵해서 탁구공처럼 휙휙 날아다닌다. 카메라 맨 남편과는 캠퍼스커플.대학 서클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가 "상대방이 먼저 뻑~갔다" 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녀가 남편을 보자마자 "뻑~갔으니" 시간적으로 10초쯤 더 빠르다. 남편은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터프한 성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외모도 브래드 피트 못지않게 야성미가 물씬 풍겼다. 아마 브래드피트가 한국판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꼭 저런 모습이겠지. 그러나 결혼해보니 이건 완전 1백80도 역전."그 사람 어디갔어?" 탄식이 나올판이다. 탁월한 "포장테크닉"의 승리였다. 터프가이,매혹적인 "박력"은 간데 없고 군림하려는 "폭력"뿐이었다. "자기 너무하는 거 아냐? 어느 정도 비슷해야 참아주지.이건 순전히 1백% 위장판매야! 크리스털이 유리잔으로 변했다면 그래도 종류가 비슷하니까 내가 참아줄만 해.근데 이건 크리스털이 플라스틱 바가지로 돌변한거야.박력이 폭력이었다니..." 그녀의 항변에 남편은 빙긋이 웃으며 한마디한다. "여보슈,판단은 어디까지나 자기가 한거야.내가 변한건 내 죄가 아냐.신데렐라가 12시 종 땡쳐서 마차가 호박으로,유리구두가 생쥐로 변했기로서니 그게 어디 신데렐라 죄야?본질은 변함없이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 애인이자 남편인 나라구!그 어려운 1인2역을 거뜬하게 해내고 있는 게 신통방통하지도 않아?"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그녀는 남편의 궤변에 말이 막힐 때쯤이면 조용필의 노래가 생각난다. 그래서 남편의 귀에 대고 확성기처럼 소릴 꽥 질러버린다. "미치겠다 꾀꼬리! 못참겠다 꾀꼬리!" 그녀는 출판사에 다닌다. 아이는 출근할 때 놀이 방에 맡기고 부부가 당번을 정해 퇴근하면서 데려오기로 했다. 그러나 당번은 말뿐이지 날마다 종종걸음을 치는 건 언제나 그녀의 몫이다. 그래도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어서 그녀는 오늘도 미치겠다 꾀꼬리를 연발하면서 다양한 아내의 역할을 하며 살고있다. 이를테면 에로버전,전갈버전,천사버전,엄마버전 등 남편을 사랑하는 방법도 기기묘묘하다. "남편 리메이크 세미나"를 열어도 될 만큼 그녀의 아이디어는 획기적이다. 그녀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강약 고저 리듬" 이다. 남편을 대하는 태도가 항상 똑같은 톤이면 권태기가 빨리 온다는 것이다. 이 여자의 정체가 뭐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킬만큼 강하게,약하게,높게,낮게,정신을 못차리게 변신을 거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사버전.웬만하면 천사처럼 이해하고 사랑해준다. 가족을 위해 살려고 몸부림치는 남편이 기특하지 아니한가. 전갈버전.남편의 행동이 정말 아니다 싶으면 가차없이 톡톡 쏘아준다. 마치 아프리카의 독충 전갈처럼 강렬하게 도전해야 한다. 에로버전.때에 따라선 포르노 영화라도 찍듯이 무드를 잡을 줄 알아야한다. 섹시하게 저돌적으로! 엄마버전.아들하나 키우듯 시시때때로 다독이며 칭찬도 많이 해야한다. 기를 팍팍 살려줘야 나가서 일도 잘한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날마다 "미치겠다 꾀꼬리!"라고 소리치는 건 아무래도 너무 행복하다는 노래처럼 들린다. 오,해피 꾀꼬리!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