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4일 한국의 첫 경기인 한국-폴란드전이 항도 부산에서 열린다. 벌써 관람표는 매진된데다 호텔숙박도 예약이 끝나는 등 국내외 선수단과 취재진, 축구팬과 관광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은 외환위기로 지역경제가 치명타를 맞고 오랫동안 방황하기도 했지만 이제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르네상스'를 준비중이다. 지난 15일 시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안상영 부산시장은 "월드컵에 이어 오는 9월16일부터 치러지는 부산아시안게임은 이 도시를 환태평양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면서 일회성 잔치가 아닌 한 시대를 연다는 자세로 장기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만난 사람 = 이동우 < 사회부장 > ] ----------------------------------------------------------------- -남은 기간 최대 역점은 뭔가. "부산은 5월말 월드컵에 이어 부산아시안게임을 치른다. 개항이래 세계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9월 벌써 월드컵 경기장을 개장, 나이지리아 국가대표팀과 개장기념 경기를 치러 시설과 대회운영에 대한 일차 점검을 마쳤다. 도로와 지하철도 대부분 완공했다. 특히 지난해 12월1일 월드컵 대회의 실질적인 시작을 의미하는 본선 조추첨 행사를 부산 벡스코(국제전시장)에서 1백90여개국의 관심속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것으로 일단 월드컵 예행연습은 마무리한 것으로 본다. 남은 것은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다. 그동안 부산시민들은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부산발전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다. 상인들은 영화촬영 때문에 도로통행을 제한당해 장사에 지장을 받아도 '부산에 좋은 것이면 동참한다'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었다. 부산의 시민의식 수준이 정말 높아졌다는 것을 시장으로서 절감한다. 이는 월드컵행사에서도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나타날 것으로 확신한다" -부산은 다른 도시와 달리 1년에 두 차례나 국제행사를 치른다. 그만큼 부담도 크면서 동시에 일과성이 아닌 지속적인 변화의 장을 펼칠수 있는 이점도 있는데. "민간은 물론 부산기업들까지 적극적인 자세로 동참한다는 점을 자랑하고 싶다. 예전에 부산은 스스로 노력해야겠다는 정신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었다고 자인한다. 6.25 전쟁을 맞으면서 피난경제의 역동성 등에 힘입어 저절로 큰 도시가 됐다. 전쟁이 끝나면서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부산은 자활노력을 등한시했었고 정부마저 부산을 성장억제도시로 묶었다. 이런 여건 아래 한 시대를 보내다가 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전국 최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동안 절망하기도 했지만 이때부터 민.관의 합심노력이 시작됐다. 시는 주변의 회의를 무릎쓰고 지역제조업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녹산공단 개발을 강행했다. 해안순환도로 명지주거단지 등도 개발해 나갔다. 차츰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월드컵 개최도시로 선정됐고 특히 조추첨 행사를 하게 되면서 부산은 자부심을 확실히 되찾게 됐다. 시민 자원봉사자 수가 갈수록 늘어나는데서 부산의 변화를 읽을수 있다. 덕택에 부산은 지난해 정부의 행정심사결과 광역시중 1등을 차지했다. 아시아에서 기업하기 좋은 10대도시(미국 포천지), 아시아에서 살기좋은 10대도시(아시안위크지)로 선정될 정도로 도시경쟁력에서 앞서가게 됐다. 월드컵을 실제로 치르고 나면 부산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 -월드컵이 부산경제 발전에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다 줄지.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의 시너지효과는 대단하다. 두 경기의 투자비용만해도 2조5천억원이 넘는다. 간접비용까지 합치면 4조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부산 도심인프라가 사실상 올해로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두대회의 생산유발 효과는 8조원을 넘는다. 부산에 10만명의 관광객이 몰리고 고용효과도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의 홍보전략도 필요할텐데. "우리는 월드컵이라는 운동경기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핵심은 이 두 대회를 통해 부산이 '국제적으로 비즈니스하기에 좋은 도시'라는 점을 알리는데 전력투구할 생각이다. 부산의 세계적인 인지도는 실제에 못미친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취급량은 세계 3위이지만 로테르담이나 싱가포로에 비해 평가는 기대이하인게 현실이다. 월드컵 기간중 월드컵 거리축제를 열고 국제록페스티벌, 조선통신사 행렬 한.일 캐러번, 아시아단편영화제 등을 열어 부산홍보에 적극 나선다" -한.일 공동개최라는 점에 비추어 부산의 국제화 내지는 '국제도시간 네트워크'를 구축할 호기일 수도 있는데. "국제화는 부산 발전을 위해 반드시 거쳐 가야할 핵심과제다. 부산시는 이미 아시아태평양 대도시회의를 일본 후쿠오카시와 번갈아가며 개최해 오고 있다. 월드컵을 계기로 일본중국과의 도시협력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우선 항만을 낀 부산~후쿠오카~상하이 세도시의 경제 및 행정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특히 일본 북구주지역의 상공인들이 부산에 자동차부품단지 등의 설립을 희망해와 이 지역과의 연계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부산을 환태평양 중심항만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부산은 해마다 환적화물이 20%이상 늘고 있다. 2011년이 되면 부산신항이 완공돼 연간 컨테이너 2천만개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 세계 최고의 항만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특히 남북통일이 되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철도화물의 출발지 역할을 부산항이 담당해 부산은 세계적인 물류중심지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부산 외국관광객의 70% 이상이 한자문화권에서 온다. 부산은 다른 어떤 도시보다 과감하게 한자병용 등을 추진할 용의가 있는지. "도로표지판과 관광안내 책자, 월드컵 경기장과 관광지를 중심으로 안내판 등에 영문과 한문을 병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절대적으로 미흡한게 사실이다. 월드컵 대회때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다른 외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온다는 점을 감안해서 민간시설이나 서비스에도 한문 동시표시를 추진하는 등 획기적인 외국어표시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문제는 시민들의 외국어능력이다. 공무원을 중심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번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통해 생활외국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장기적으론 부산시민이 영어를 사실상 공용어로 쓰는 단계까지 내다보고 정책을 펴나갈 계획이다" 정리=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