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을 추첨에 맡기는 것도 억울한데 잘못됐다며 다시 추첨해 결코 원하지 않는 학교에 가라니요" 수도권 5개 평준화지역 고교 재배정 결과가 발표된 16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화정중학교 이모(15)양은 졸업식이 끝나고 담임 교사가 건네 준 봉투를 열어 보곤 그자리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당초 원하던 학교가 아니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큰 불만이 없던 학교에 배정됐던 이양에게 "제발 이 곳만 아니라면"이라고 밤잠을 설치며 기도했던 바로 그 학교가 재배정됐기 때문이다. 이양은 졸업의 기쁨은 커녕 10여분 간 친구들의 가슴에 묻힌 채 꽃다발과 가족들의 축하 소리가 뒤엉켜 있는 교실에서 통곡하고 말았다. 고양지역 재배정에서 이양처럼 후순위 학교에 배정된 학생은 모두 268명. 전체 재배정자 1천17명의 26.4%에 불과했지만 29개 중학교마다 당초 예상대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거센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졸업식 후 배정통지서를 배부한 화정중학교 등 5개 학교의 후순위 배정 학생과 학부모는 즐겁고 축하받아야 할 졸업식이 가장 가슴아픈 기억으로 남게 되는 슬픔을 겪었다. 졸업식이 없던 학교의 일부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11시가 넘어 서면서 고양교육청으로 몰려가 '재배정 전면 백지화 뒤 재배정'등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고 졸업식 학교 일부 학부모도 점심도 거른 채 교육청으로 달려가 이들과 합류했다. 졸업식장의 한 학부모는 재배정 통지서에 동봉된 교육감 사과문을 찢어 버리기도 했다. 졸업식이 있은 학교 교장과 담임 교사들은 졸업식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재배정사태가 일어난데 대한 사과와 경위 설명에 이어 "평준화 이후 전통은 여러분들이 새로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달랬지만 소용없었다. 이날 고양교육청은 잇단 항의 전화와 시위로 업무가 마비되는 등 곤혹을 치렀다. (고양=연합뉴스) 김정섭기자 kim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