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탈출구, 직업전문학교에서 찾으세요'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15∼24세의 청년 실업률은 10.6%로 전체 실업률(3.5%)의 3배에 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앞다퉈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이 인력 충원에 드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재를 '취사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한경쟁의 원칙이 적용되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분명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 지식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우대받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차근차근 업무 수행 능력을 키워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문대졸 이상의 신규 취업희망자가 졸업뒤 첫 일자리를 얻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5개월이다. 절대 일자릿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얻으려는 구직자들의 심적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의 변화와 함께 실업난 탈출의 대안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의 직업전문학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예비 취업기간을 다양한 경력쌓기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구직자들이 취업에 필요한 실용 기술을 익히기 위해 앞다퉈 직업전문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 새로운 인생설계 가능 =외환위기 이후 다양한 종류의 민간 직업훈련 기관들이 생겨났지만 규모나 다양성 면에서 보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는 직업 훈련이 가장 대표적인 구직자 전문 교육과정이다. 공단 산하의 21개 직업전문학교에 개설돼 있는 훈련 분야는 CNC선반 NC기계 용접 금형 등 국가 기간산업의 기본이 되는 직종을 비롯해 컴퓨터산업디자인, 멀티미디어 등 IT(정보기술) 직종 등이다. 1년의 교육기간동안 교육생들은 실습 위주의 수업을 받으며 다양한 분야의 직업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전국 어디에서든 자신의 거주지와 가장 가까운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자리를 원하는 교육생들에게는 교육과정 수료후 취업 알선 서비스도 제공한다. 공단 훈련진흥부의 김선규 교사는 "자신의 특성에 맞는 직종을 선택해 성실히 교육을 받는다면 인생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 고학력자 지원 늘어 =고학력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직업전문학교를 지원하는 대졸자들의 수도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일 현재 전국 21개 직업전문학교에 지원한 4천4백10명중 전문대학 이상 졸업자는 4백64명으로 전체의 11%를 차지했다. 4년제 대학 학력 이상을 갖춘 지원자는 2백15명으로 집계됐다. 신입생 가운데 전문대졸 이상 졸업자는 △98년 3백17명(4.2%) △99년 3백36명(4.3%)△2000년 4백19명(5.5%) △2001년 5백98명(7.9%)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직업전문학교를 수료하면 90% 이상이 국가공인자격증을 취득하는데다 취업률도 1백%에 가까워 고학력 실업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문사회계열 출신으로 취업을 못한 대졸자들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직업전문학교를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 지식기반 직종으로 교육과정 개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오는 2003년까지 직업전문학교의 훈련 직종 중 40% 이상을 메커트로닉스 컴퓨터응용기계 등 지식기반 직종으로 개편, 산업사회의 변화에 부응해 나갈 계획이다. 또 향후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전국민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없이 직업능력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이버 훈련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