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인들의 위상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습니다" 최근 열린 대한인쇄문화협회 총회에서 제37대 회장으로 당선된 민재기 정문사문화 대표(65)는 "오랜 세월 인쇄인의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보람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회장직에 도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인쇄산업의 부흥을 위해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고 인쇄기술인력 양성에 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협회 문을 활짝 열어 1천여 회원사가 화합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임기는 3년 단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연임으로 인한 폐단을 없애고,모범적인 모습을 보인 후 회장직을 물려주겠다는 생각에서다. 민 대표는 서울시 교육위원회 공무원으로 일하다 1964년 정문사문화를 창업,올해로 38년째를 맞았다. 그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국내 인쇄업계에서 정문사문화를 연간 매출액 1백억원에 이르는 기업으로 키웠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서 그가 걸어온 길이 순탄할 수만은 없었다. "인쇄업은 투자규모가 크고 부가가치는 낮아 고생을 하면서도 큰 돈은 벌지 못하는 업종이죠.설상가상으로 비싼 외제 기계를 빌려다 쓰고 있는데 IMF(국제통화기금)사태가 터지면서 환율이 두배 이상 올라 밤잠을 설친 적도 많았습니다.그때 1천여 인쇄업체가 쓰러졌죠.그나마 우리회사는 기반이 튼튼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민 대표는 아직도 IMF 충격이 다 가시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민 대표가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건 문화에 대한 애정과 '인쇄업도 문화사업'이라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94년 회사를 서교동으로 옮기면서 안국동 로터리 구 사옥을 단장,'웅전 갤러리'를 열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국내외에서 그림을 수집,1백여점을 지니고 있는 미술 애호가이기도 하다. "돈 벌려고 미술관을 연 건 아닙니다.그저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어서였죠" 그는 이제 인쇄박물관을 세우는 게 꿈이다. 평생을 몸담아온 인쇄업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전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것. 인쇄공장의 우렁찬 기계소리와 잉크냄새를 벗삼아 평생을 살아온 민 대표. 그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인쇄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오히려 문화가 바뀜에 따라 새로운 인쇄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