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중인 폭력조직 부두목 출신의 무기수가 출소를 위해 에이즈 환자 등과 공모해 에이즈에 고의 감염된 사건의 전모가 검찰조사에서 밝혀졌다. 부산지검 강력부는 6일 출소를 목적으로 에이즈에 고의 감염된 무기수 김모(40)씨를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기소하고 김씨를 도와 고의감염을 시도한 재소자 황모(30)씨를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또 김씨의 부탁으로 출소한 에이즈 환자 김모(31)씨에게 도박판을 열고 생활비 등을 지급한 무기수 김씨의 형(41) 등 2명을 도박장 개장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김씨의 매형(42)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발단 = 살인교사 혐의로 2심에서 무기형을 선고받은 폭력조직 유태파 부두목김모(40)씨는 지난해 10월 23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자 극도의 불안감과 실망에 빠지게 된다. 김씨는 마침 알고 지내던 후배 재소자 황모(30)로부터 에이즈 환자 김모(31)씨가 같은 부산교도소에 수감중이라는 말을 듣고 에이즈에 감염되면 이를 문제삼아 출소할 수 있거나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김씨는 최근 에이즈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생존가능성이 늘어나는데다 조만간 에이즈가 정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고의 감염이라는 범행을 결심한다. ▲범행과정 = 김씨는 같은해 10월 25일 의무실에서 황씨의 주선으로 에이즈 환자 김씨를 만나 에이즈에 감염되도록 도와주면 사례하겠다며 범행을 공모한다. 이어 10월 26일 직원화장실에서 황씨가 교도소 입소 당시 지니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면도칼로 에이즈 환자 김씨에게 상처를 낸 뒤 의무실에서 링거 주사를 맞고 있던 자신의 팔에 상처를 갖다대 고의 감염을 시도한다. 범행 직후 김씨는 교도소측에 요청, 에이즈 검사를 실시하나 음성으로 판정나자 같은달 30일 혈당침을 이용해 에이즈 환자 김씨의 손에 상처를 내고 자신의 입안에도 상처를 내 손을 입안에 넣는 수법으로 고의 감염을 다시 시도한다. 또 지난해 11월 3일에도 1회용 주사기로 에이즈 환자 김씨의 혈액을 뽑아 자신의 팔에 주입하고 같은달 11일에는 환자 김씨의 정액을 받아 이를 마시는 모두 4차례에 걸쳐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결국 4차례에 걸친 감염시도 끝에 김씨는 지난달 7일 검사에서 에이즈 의증반응을 보이고 지난달 16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에이즈에 감염된다. ▲수사 = 그러나 이같은 김씨의 엽기적인 행각은 5차례에 걸친 검사요청 등에 의심을 품은 검찰 수사에서 들통나게 된다. 검찰은 김씨의 접견부 내용에서 `일이 잘 안되면 언론에 터뜨려 문제삼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사실과 출소한 에이즈 환자 김씨가 무기수 김씨의 매형 등친인척들과 자주 연락하는 사실에 주목한다. 결국 김씨는 검찰 수사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당초 노리던 출소 대신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라는 죄목으로 추가기소된다. ▲문제점 = 무기수의 에이즈 고의 감염이라는 엽기적인 범행은 교정 당국의 허술한 에이즈 환자관리 및 각종 흉기류 관리 등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수감중인 에이즈 환자에 대한 관리는 92년 하달된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여부 검진 등에 관한 지시'에 따라 정기적인 혈청검사와 격리수용, 보안유지 등 포괄규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관리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사건이 발생한 부산교도소도 에이즈 환자 김씨를 병사동에 수용한 상태에서 방실만 격리했을 뿐 수시로 의무과 등을 드나들거나 운동시간에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방치했다. 또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엄격히 비밀에 부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부산교도소 에이즈 환자 김씨의 경우 같은 병사동에 수감중인 사람들은 대부분 감염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밖에 범행에 사용된 면도칼과 1회용 주사기, 혈당침 등 도구의 반입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기수 김씨는 범행에 사용한 면도칼의 경우 같은 재소자 황씨가 입소 당시 지니고 있었던 것이고 1회용 주사기는 공에 바람을 넣는다는 명목으로 교도소 직원에게 요청해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혈당침도 반입제한 물품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2-3㎝ 가량의 바늘이 내장돼 있어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 만큼 반입이 허용돼서는 않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무실이나 의무과 수용자 대기실 운영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의무실은 아무런 확인절차 없이 재소자가 아프다고만하면 갈 수 있고 의무과 수용자대기실은 전담직원을 따로 배치하지 않아 재소자들의 자유로운 접촉이 가능한 실정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도 의무실과 수용자 대기실 등에서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9개 교도소에 분산 수감중인 에이즈 환자 환자들의 관리실태를 재점검하고 에이즈 유포를 막을 수 있도록 통溝?관리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장기적으로는 에이즈 환자를 비롯한 전염병 환자만 따로 수용하는 사동을 설치하고 전담직원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부산=연합뉴스)김상현기자 josep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