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택시강도들을 눈앞에 두고도 놓친 것으로 밝혀져 방범체계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2일 새벽 0시 30분께 제주도 북제주군 구좌읍 송당리와 평대리 비자림 사이 도로에서 제주60바2728호 개인택시(운전사 홍순맹.48.서귀포시 동홍동)를 타고 가던 30대 남자 3명이 운전사 홍씨를 폭행하고 현금 18만원과 신용카드 1장 등을 빼앗아택시를 몰고 달아났다. 경찰은 약 20여분 뒤인 0시 54분께 홍씨의 신고를 받자마자 제주경찰서 형사계전직원을 출동시키고 제주시 삼양동, 화북동 등에 배치하는 한편 전 파출소에 도주로 차단을 지시했다. 그러나 삼양동 검문초소에서 바리케이드도 치지 않은채 검문에 임해 1시 05분께나타난 범인들이 탄 차량을 놓쳤다. 이어 500여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삼양파출소 소내 근무자 1명이 뛰쳐나와도주하는 범인들의 차량을 확인하고 뒤에 오던 택시를 얻어타고 뒤쫓았지만 범인들이 삼양해수욕장 입구에서 택시를 버리고 달아나자 경찰관도 택시에서 내려 뒤따라가다 놓치고 말았다. 삼양파출소 관계자는 "이날 지령을 받을 때 `강도사건 용의차량'이 아니라 `범죄 용의차량'이라고만 해 함부로 총기를 사용할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은 강력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리케이드도 치지 않고 검문에 임하는가 하면 강력사건을 단순 범죄사건으로 오인하도록 지령하는 등 방범체계에 문제점을 노출했다. 한편 경찰은 범인들이 지난 1일 저녁 서귀포시에 있는 모식당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같은날 오후 11시 40분께 택시를 타고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리를 거쳐 범행장소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용의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기자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