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할머니가 11년째 동네 주민들을 위한 야학을 운영하며 사회 봉사에 꾸준히 나서고 있어 화제다. 서울 명일동에 사는 최옥자씨(61·어린이집 원장)는 매주 수요일 저녁시간 강동구민회관에 마련된 야학 교실에서 한글을 깨치지 못한 동네 주부,할머니,할아버지 등에게 글을 가르치며 그 누구보다 즐거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최씨는 여대생 1∼2학년 시절 서울 달동네 지역 어린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야학교사를 지낸 적이 있지만 열심히 봉사하겠다던 처음 마음과 달리 몇주도 못가 도중하차했다. 이런 그가 그때 야학을 계속 못했던 아쉬움에 50대의 나이에 이르러 다시 봉사하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92년 10월 주위의 도움을 얻어 동네 주민들을 위한 야학을 설립,강동구민회관 한 켠을 야학 강의실로 삼아 10년 넘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최씨의 공부방을 찾는 나이 많은 학생들의 한글을 배우는 이유는 눈물겨울 정도여서 가르치는 최씨로서도 항상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었다. "손자.손녀가 원할 때 언제라도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어서",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 직접 영수증을 써주고 싶어서", "혼자 은행에 가서 입출금을 하고 싶어서" 등다양한 배움의 이유들이었다. 최씨는 야학을 다시 시작하면서 한글 뿐아니라 다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동료원장에게도 야학 봉사 교사로 나서줄 것을 요청, 이들이 영어와 한자 기초 과목도가르치기 시작했다. 초창기 함께 했던 교사들이 개인사정으로 겨우 1년을 넘기고는 포기하면서 때때로 어려움을 맞았지만 또다른 교사들이 이어 자리를 메워갔다. 이젠 서울대 사대 영어교육과 출신 송재승(63), 서울대 약대 출신 소창수(60),서예학원장 김봉빈(74)씨 등 또래의 엘리트 노인들이 길게는 벌써 7년째 영어와 한자를 맡아주는 동료 교사로서 든든히 자리 잡았다. 최씨는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주위의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줘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며 공부하고 있다"며 "문맹의 노인 학생들이지만 중.고생 못지않게 배움의 열기는 뜨겁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최씨의 야학을 거쳐간 어른 학생만도 수천여명에 이른다. 최씨는 앞으로도 힘 닿는데까지 야학을 이끌며 배움에 갈증하는 나이 많은 어른 학생들과 노년생활을 함께 보낼 예정이다. 최씨는 "노인 학생들이 배우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저 이들의 삶에동기부여만이라도 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