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과 새로운 서비스 수요가 폭발하고 경제구조와 생활방식이 격변하면서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새 직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게임기획자,푸드스타일리스트,조향사 등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살려 기성직업인들이 밟아보지못했던 "마이웨이"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신직종 신직업인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2회부터는 매주 금요일 '일자리'면으로 옮겨 싣는다. ............................................................................. 게임제작을 건축에 비유할 때 게임기획자는 건축 설계자와 같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건물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처럼 기획단계에서부터 기본 골격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작품성 있는 게임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EZ 2 Dancer와 같은 아케이드게임 개발전문 업체인 어뮤즈월드의 황주은씨(25)는 2년차 새내기 게임기획자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노란 머리에 캐주얼 복장을 한 그의 모습에서 '자유로움'이 물씬 풍겨나온다. "국내에서는 아직 게임제작이 완전히 전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획자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한다고 말하기 어려워요.굳이 표현하자면 게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전과정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그의 말처럼 게임기획자는 게임 장르를 정하는 회의에서부터 캐릭터기획,시스템디자인,게임 난이도를 조절하는 밸런싱 작업까지 게임제작과정의 모든 일에 관여한다. 이들을 흔히 영화감독이나 TV프로듀서에 비유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황씨가 게임제작 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건 게임 음악을 통해서였다. 국내 PC패키지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1편 음악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그는 고향인 부산과 서울을 6개월동안 오가며 누구의 도움도 없이 2분짜리 분량의 22곡을 만들어냈다. 한 컴퓨터 통신의 게임관련 동호회에서 이름을 떨치던 그를 소프트맥스측이 과감하게 등용한 것이었다. 게임의 성공과 함께 그는 일약 게임업계의 '유명인사'가 됐다. "게임 제작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게임기획자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됐죠.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게임으로 구체화시켜 게이머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황씨의 경우처럼 국내에서 활동하는 게임기획자들은 프로그래머,그래픽 디자이너 등 게임제작의 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경력을 쌓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기획이 특정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게임 제작 전과정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실무자 못지 않은 노하우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모든 걸 게임으로 재현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기술상의 한계나 난이도 조절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사장되는 아이디어도 많죠.따라서 기획자는 욕심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해요" 황씨가 게임기획자의 자질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게이머들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창의성'과 미래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예측력'이다. 가능하면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쌓으려는 노력은 물론 세간에 화제가 되는 영화와 소설을 매번 놓치지 않는 것도 게임 기획자로서의 능력치를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섭렵하며 느낀 감정들을 필요할 때마다 차용하는 것이다. "게임기획자는 최첨단의 재미를 제공하는 미래지향적 엔터테이너입니다.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상황을 게이머들에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니까요" 게임은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닌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매개체라는 게 황씨의 생각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