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는 결혼 7년 차 주부다. 그런데 아직도 남편과 매사에 티격태격중이다. 감성적인 남편은 퀵퀵,이성적인 아내는 슬로 슬로.남이 보기엔 이상적인 커플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서로의 차이점에 부딪혔을 땐 견딜 수 없다. 이를테면 아내의 생일,남편은 뭔가 깜짝 이벤트를 준비해서 놀래켜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내는 꽃다발도 싫다고 사양한다. "아니,왜 부부사이에 꽃처럼 불필요한 선물을 해요? 나는 그런 형식적인 것 보단 실질적인 현금이 더 좋아!" 그럴 때 남편은 어이가 없다. "이것 봐,화사한 꽃다발 안아들고 그 향기를 맡아봐.을마나 로맨틱해?" 아내는 씩씩하게 콧방귀만 날린다. 남편이 핸드폰으로 축하메시지를 보내면 아내는 화들짝 놀랜다. "아니,이거 누구지? 혹시 폰팅하자고 꼬시는 나쁜 놈들 아냐?" 그녀는 후다닥 핸드폰을 꺼버리고 심호흡을 한번 한다. 큰 유혹을 용케도 벗어났다는 듯 스스로 대견해서 방긋 웃는다. 남편에게 자신의 용감무쌍한 "유혹탈출기"를 자랑하면 남편은 기가 막혀 웃고 만다. "하이고,김여사.남들은 다 우주여행 하는데 당신혼자 달구지 타고 어딜 가시는 겨? 핸드폰으로 누가 당신을 유혹했다구? 바로 나야 나!당신도 사회 물을 좀 먹어야 하는 거 아냐? 꼭 돈을 벌어오라는 게 아니고 사회생활을 좀 해봐야 곰팡냄새가 팍팍 나지 않을 거라는 말씀!" 대개의 전업주부들은 커리어우먼 말만 나오면 콤플렉스를 갖기 쉽다. 그러나 김영애는 정반대.남편의 어떤 말에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 "커리어우먼? 고작 1개 분야 전문가잖아? 난 무려 5개 분야 전문가인데 기가 왜 죽어? 남편내조 전문가,자녀교육 전문가,가정경제 전문가,시부모잘모시기 전문가,가정행복발명 전문가..." 남편도 그녀의 확실한 인생철학엔 그냥 두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할 수 밖에 없다. 자녀교육에도 두 사람은 철저히 다르다. 아내는 아이들의 평소행동을 "수우미양가"로 점수를 매긴다. 일년에 두 번씩 분기별로 총점을 매겨서 상도 주고 벌도 준다. 그런데 남편은 어느날 갑자기 "오늘은 아빠가 한턱 쏜다!"하면서 아내의 기본상벌제도를 우르르 흔들어버린다. 남편은 간혹 아내가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러나" 왠지 멋지게 느껴진다. 그래,요즘엔 가출주부가 엄청나다지? 채팅하며 외도하는 주부도 무려 19,2%,또 주부들의 3대 중독증 "술,춤,쇼핑중독"도 얼마나 심각한가. 그저 반듯하게 살아주는 우리 아내가 캡짱! "알뜰올림픽"이라도 있다면 아마 대한민국 대표선수로 출전해서 3관왕쯤은 따놓은 당상일걸? 남편은 아내가 가상해져서 큰소리로 외친다. "그래,우리집은 섞어찌개다. 나는 디지털,당신은 아날로그!서로 개성이 다르니까 훨씬 더 재밌는 퓨전커플 아니겠어?" <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hahahoho99@hananet.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