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두려운" 남편들이 있다. 여느 부인들은 고향에 미리 내려가 차례음식 준비에 바쁘지만 이들의 아내는 다르다. 남편만 혼자 보내거나 간다해도 명절 당일 급히 내려가 차례 음식이나 먹고 오는 게 전부. "바쁘고 잘나가는" 부인을 둔 죄(?)로 명절날 부모님 앞에서 괜히 미안함을 느끼는 남자들.이들이 포장마차에 모여 "성공한 여자의 남편으로 사는 법"에 대해 속내를 털어놨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창록(KBS 아나운서 정용실씨 남편),장재호(삼성생명 농수선수 정은순씨 남편),장철호(뉴스컴 이사 박은영씨 남편),강인남씨(우리홈쇼핑 쇼핑호스트 유난희씨 남편). 정용실씨(33.KBS 아나운서) KBS의 간판급 교양프로그램 아나운서.1991년 입사."무엇이든 물어보세요"등 진행.남편 한창록씨(KBS 일요스페셜 PD)와는 입사동기.3년 연애 끝에 94년 결혼. 정은순씨(31.삼성생명 농구선수)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스타. 삼성생명 농구팀 센터.1996년 태릉선수천에서 알게 된 유도대표선수 출신 배상일씨의 소개로 당시 고려산업개발에 다니던 회사원 장재호씨를 만나 98년 결혼했다. 박은영씨(36.뉴스컴 이사) 홍보.마케팅 경력 12년차 PR 전문가.미국 워싱턴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졸업. 전공은 심리학.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코리아,광고대행사 오길비 앤 마더 코리아,시티은행 한국법인,까르띠에 코리아 등을 거쳤다. 1992년 당시 대우전자 홍보실에서 근무하던 장철호씨를 만나 이듬해 결혼. 유난희씨(37.우리홈쇼핑 쇼핑호스트) 2억원(성과급 포함한 연봉)대의 몸값으로 화제를 뿌린 명품전문 쇼핑호스트.경력 7년.남편 강인남씨와는 선배 언니의 소개로 만나 4년간의 연애 끝에 지난 94년 결혼했다. --------------------------------------------------------------- 이산부부? 한창록(KBS 일요스페셜 PD,이하 한)=지난 두달간 밤 10시전에 집사람을 본 건 딱 두번뿐이에요. 저도 바쁘고 집사람도 바쁘니까요. 자주 못보니까 좋은 점도 있어요. 결혼 8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아내를 보면 연애할 때 기분이 납니다. 자주 못보는 만큼 만나면 더 애틋하다고나 할까요. 강인남(소아과 의사,이하 강)=아이가 있기 전까지는 그렇죠.아이가 생기고 나면 그런 기분은 끝이에요. 우린 6살짜리 쌍동이를 두고 있어요. 하나도 버거운데 둘을 키우려니까 연애 기분은 엄두도 못내죠. 집안일도 제몫이죠 장철호(GE백색가전 이사,이하 장)=먼저 들어온 사람이 청소,빨래는 물론 저녁까지 차립니다. 몇년전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1년간 살림만 한적이 있었어요. 그때 집안일은 완전히 "마스터"했죠. 한="소극적 가사분담"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나도 집안일 하지 않을테니 너도 하지마라" 뭐 이런 식이죠.주말에 집사람이 저녁상이라도 차리겠다면 제가 말려요. "피곤할 텐데 나가서 먹자"고 말하죠. 장재호(운동용품 판매점 운영,이하 재)=운동선수는 합숙도 많고 지방경기도 잦아 집에 들어오지 못할 때가 많아요. 밥과 반찬은 저 혼자 해결하는 편이죠.아내가 요리를 잘할것도 같은데 제대로 하는 걸 못봤어요. 물론 집안살림도 제몫이죠. 바빠서 싸울 시간도 없어요 한=우린 "묻지마 부부"에요. 왜 늦었는지 밖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서로 물어보지 않죠.그러다보니 싸울 일도 별로 없어요. 남들은 너무 서로에게 무관심한게 아니냐고 말하지만 결코 그렇건 아니에요. "믿기"때문에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는거죠. 재=아내는 운동밖에 몰라요. 남자들의 사회생활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하는 편이죠.남자들이 왜(접대를 위해)룸싸롱에 가야하는지.술을 먹다보면 왜 밤12시가 넘는지.그러다보니 가끔 싸울 때도 있어요. 싸우다 화가나면 가끔 아내는 손(?)을 쓰기도 해요. 농구선수라서 그런지 손동작이 워낙 빠르고 리치(팔길이)가 길어서 언제나 당하기(?)일쑤죠. 부자 아내, 가난한 남편 재=아내수입이 저보다 3배는 많아요. 솔직히 약간 주눅들죠.집사람은 "농구계의 짠순이"로 통해요. 돈 관리도 집사람이 다 하죠.전 한달에 20만원씩 용돈을 타 써요. 그흔한 신용카드도 한장 없습니다. 강=사실 돈 잘벌어온다고 집에서 큰소리치는 (의사)친구들도 많아요. 전 아니죠.개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집사람 벌이가 더 좋았어요. 개업후에는 "다행이"소득 수준이 비슷해졌죠. 한=아내와는 입사(KBS)동기에요. 연봉도 똑같죠.돈은 아내가 관리해요. 나도 아내가 평범했으면 좋겠다... 재=농구를 그만두게 하고 싶을 때가 있었죠.집사람이 연봉문제로 자존심이 많이 상해서 집에 왔더라구요. 너무 가여워 보였어요. 괜히 "힘든" 바깥세상에 나가게 했다고 후회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집안에 앉혀둘순 없었어요."(살림만 하기엔)재능이 아깝다"고 말하는 주?筠湧?많거든요. 한=얼마전 네덜란드 출장길에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곳 여왕의 남편이 정신병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거예요. "성공한 여성의 남편"으로 산다는 건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겠죠. 장=오후 5시면 집사람이랑 항상 전화통화를 해요. 아이 (학원으로)데리러 가는 당번을 정하는 거죠.애한테 항상 미안해요. 애들에겐 형제끼리 부닥치며 사는게 가장 좋은데.둘 키울 자신이 없어 하나만 낳았거든요. 애가 6살부터는 직접 대문 열고 나가서 유치원차를 타더라구요. 외롭게 자랐기 때문에 다른 애들보다 독립심이 빨리 생긴거죠.대견하면서 한편으론 미안했죠.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 강=아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인정하는 거죠. 장.재.한=(동시에)맞아요. 한=아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주고 집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게 가장 좋은 외조에요. 장=대화를 많이하는 편이에요. 바깥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또 많이 하는 편이죠. 호=원하는 걸 미리 파악하려고 노력해요. 경기에 져서 기분이 울적하면 (술안주용) 찌개도 끓여주고,술친구도 돼줘요. 시합전엔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수 있도록 아내의 마음을 편하게 해줘요. 때론 내삶이 너무 "아내중심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떡합니까. 사랑하는데... 최철규.정지영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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