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개복동 화재참사로 숨진 여종업원들 대부분이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불우한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일기와 편지 등에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세상을 비관하는 글이 가득해 이들의 힘겨웠던 삶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남이 고향인 임모(24)씨는 어려서 어머니가 병으로 숨진 뒤 계모와 함께 살았으나 성격이 맞지 않아 항상 불화를 겪었고 집안마저 가난해 중학교 2학년때부터 가출을 하기 시작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그녀는 2년전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집과 연락을 끊은 채 사실상 고아처럼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모(22.제주도)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늦둥이로 태어난 그녀는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을 어린 나이에 어머니(63)는 중풍으로 몸을 쓰지 못하고 아버지(75)는 한평생 남의 감귤농장에서 농약을 치거나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잇는 등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일을 도맡아 하며 어렵게 고등학교를 마친 유양은 ''돈을 벌어오겠다''며 지난 99년 서울로 올라갔으나 결국 싸늘한 시신이 돼서야 가족품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어머니는 "성격도 활달하고 노래를 잘 해 친구들도 많았고 집에서도 효녀였다"면서 "따뜻한 밥 한 번 먹이지 못하고 고생만 시켰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절규했다. 한모(23.제주도)씨도 지난 99년 제주도의 한 대학에 합격했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갔다가 결국 윤락의 늪에 빠져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희생자는 "산다는 게 너무 힘들다. 좁은 공간에서 답답하다"면서 "가슴 한 구석이 텅 비어있는 것 같다"는 글을 메모지에 남겼다. "모든 것이 짜증스럽다. 희망없는 미래, 어떻게 할까. 순수했던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등의 한순간 실수로 윤락의 길로 접어든 데 대한 후회 섞인 글도 눈에 띄었다. 또 다른 편지에는 "술집 작부가 아닌 여자로 알아주니 고맙다"는 남자친구에 대한 연정을 담은 사연도 있었다. (군산=연합뉴스) 홍인철기자 ich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