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규정이 헌법상 기본권인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와 배치될 수 있다며 법원이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1단독 박시환 부장판사는 29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21)씨가 "대체복무를 통한 양심실현의 기회를 주지 않는 병역법 규정이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박부장판사는 사건 심리를 중지하는 한편 이씨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여 석방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헌법상 규정된 병역의 의무와 기본권인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가 충돌할 경우 양자는 적절히 조화,병존해야 한다"며 "병역거부자에 대한 예외없는 처벌을 규정한 현행 병역법 제 88조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을 포함한 수십개 국가에서 헌법 또는 법률로병역거부와 대체복무를 인정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종교적 신념을 위해 복역을 자청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헌법적으로 검토할 단계에 왔다고판단된다"고 말했다. 병역법 제88조는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95년부터 모 종교에서 신앙생활을 해오다, 지난해 10월 22일 입영소집통지서를 받았으나 양심, 종교상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고 같은해 12월 중순구속기소됐다. 이씨의 어머니 최모(51)씨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신앙을 이유로 고통받는 아들의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양심을 지키려는 청년들이 더 이상 교도소에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훈 기자 karl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