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안전장치를 달지 않은 제조업체의 책임으로 보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제6민사부(재판장 황한식 부장판사)는 25일 박모씨 등 운전자 42명이 급발진 사고로 피해를 봤다며 대우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0대의 차량은 당시의 기술 수준에 비춰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인정되기 때문에 대우자동차는 원고들에게 2백만∼5백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나머지 차량 32대의 급발진 사고는 현재의 기술로선 확한 원인 규명이 어렵거나 운전자의 오조작이 인정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우자동차가 지난 94년부터 시프트록을 급출발 방지 장치라며 프린스 승용차에 장착하기 시작했으나 원고들 소유의 다른 모델 차량에는 개당 3천5백원에 불과한 부품을 달지 않은 것은 제조 설계상의 결함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시프트록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으면 변속기가 움직이지 않도록 한 급발진 방지장치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우자동차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급발진 사고가 차량의 결함으로 발생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자동차업계도 판결이 내려진 배경과 정확한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판결내용이 알려지면 고객들의 비슷한 민원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그러나 급발진이 ''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고 그동안 수차례의 시험을 통해서도 입증되지 않은 만큼 그다지 파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건설교통부 산하 자동차성능시험소에서도 급발진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했다"며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급발진을 막기 위한 각종 제동장치를 마련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영·조일훈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