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가정문제의 대표적 상담창구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곽배희 소장이 지난 반세기 한국사회의 이혼실태와 원인을 분석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화여대 대학원 사회학과 졸업청구논문으로 제출된 ''한국사회의 이혼실태 및 원인에 관한 연구''는 1956-1999년 이 상담소의 각종 상담통계 분석과 전국 성인남녀65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이혼을 했거나 고려중인 남녀 112명의 심층면접 등을통해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전체 응답자 65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456명(70.2%)이 ''이혼할 수 있다''고 응답, 우리 사회에서 이혼이 더이상 금기가 아님을 입증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 328명 가운데 266명(81.1%)이 ''이혼할 수 있다''고 답해 남성(59.0%)에 비해 훨씬 개방적으로 사고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혼 급증의 원인으로는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및 여성의식의 성장''이라는 답이 239명(36.8%)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남성중심적 사회관습 및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답한 여성(23%)이 남성(5%)에 비해 크게 많아 남녀간 확연한 의식차를 보였다. 연대별로는 50-60년대는 결혼은 했으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살다 헤어지는 사례가 많았고, 70년대에는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이농현상 등으로 배우자의 생사를 3년 이상 알 수 없다는 이혼사유가 많았다. 이혼율이 급증한 80-90년대는 여성쪽에서의 이혼제기 비율과 노년이혼이 급증했다. 이혼사유도 과거 ''배우자의 부정''이 절대적이던 것에서 90년대 들어 ''성격차이.대화단절.애정상실'' 등 배우자의 유책행위를 입증하기 힘든 사유가 증가하는 경향이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곽 소장은 "한국 사회의 높은 이혼율은 가정을 구성하는 여성과 남성의 현격한 의식차에서 비롯된 문화지체 현상,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는 데 있어서 남녀차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