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지리산을 끼고 있는 전남 구례군 주민들은 서울지법 민사 항소부가 17일 국립공원을 지나가는 단순 ''통행객''에게는 공원입장료와 함께 징수한 사찰 문화재 관람료를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이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구례군 천은사 등 사찰과 공원관리사무소측은 입장을 유보한 채 사태를 주시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재판부는 이 판결의 이유로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한꺼번에 징수하는 것 자체를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단순히 지리산을 통과했을 뿐 사찰내 문화재를 관람하려는 의사도 행위도 없었다면 관람료 징수대상인 ''관람자''로 보기 어렵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주민이나 관광객들은 지금까지 지리산 종단도로를 통과하기 위해 국립공원를 지났을 뿐인데도 사찰 문화재 관람료까지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해온 터여서 이번판결이 잘못된 징수체계를 시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관광객들이 관람료를 놓고 공원관리소측과 잦은 마찰을 빚어 지역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주었다며 이번 판결이 지역의 관광 활성화에 도움을 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례군 ''바르게 살기 협의회'' 이남기 회장은 "들리지도 않은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게 군민 대부분의 생각"이라며 "이번 기회에 단순통과자와 관람자를 확실히 구분해 말썽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구례군 정순주 문화관광과장은 "관광객들이 군에서 관리하는 줄 알고 항의하는 사례가 많아 군청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사찰측에 이를 강권하기도 어려운 만큼 공원관리소와 사찰측이 원만하게 해결했으면 한다"고조심스런 자세를 보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 문제에 더욱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단 홍보관계자는 "정부와 조계종이 협의해 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한꺼번에 받기로 결정한 만큼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더라도 우리 단독으로 시정하기는 어려워 윗선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천은사측은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답변을 유보했으나 결국 공은 대한불교 조계종측으로 넘어간 셈이다. 지난 2000년 5월 참여연대가 이 문제로 부당이익금 반환소송을 제기했을 때 조계종이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어 결국 이 위원회에서 방침이 정해져야 사찰측의 공식 입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례=연합뉴스) 최은형 기자 ohcho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