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땐 오전 6시50분에 집을 나서면 차가 막히지 않고 출근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20분 일찍 나가야 합니다.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는 내년엔 학군문제도 있고 해서 아예 서울로 이사하는 걸 생각해 봐야겠어요"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거주하고 있는 송은수씨(48.종합상사 상무). ''자족도시, 맑은 공기, 깨끗한 환경''을 내건 정부의 신도시 홍보에 반해 ''탈 서울''을 감행한지 7년이나 돼 분당에 정도 들었지만 현실로 닥친 자녀 교육문제와 이웃들의 ''서울로의 U턴'' 현상을 보면서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일산도 마찬가지. 정발산 단독주택단지에 사는 박봉선씨(39.은행원)는 "지난 월요일엔 오전 6시40분에 집을 나섰는데 자유로가 주차장을 이루는 바람에 1시간30분이나 걸렸다"면서 "서울로 되돌아갈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시 일산구 관계자는 "일산신도시 완공 이후 도로나 철도는 추가된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신도시 인접 준농림지에 민간건설업체와 주공 토공 등의 무분별한 택지개발을 허용하는 바람에 교통 상.하수도 학교 등 생활기반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산구에 지어졌거나 건설중인 아파트가 8천여가구, 고양과 파주에서 앞으로 지어질 택지개발지구의 아파트가 30만가구에 달한다. 이미 포화상태인 고양과 파주의 도시수용 능력에 비춰 일산신도시에 버금가는 규모의 아파트단지가 앞으로 추가 완공될 경우 자유로와 경의선 일대는 난개발의 대명사격인 ''제2의 용인''꼴 될 것이 뻔하다. 분당 일산은 그래도 나은편. 김포 수지 등 신개발지역은 도시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거대한 아파트단지로 개발되고 있다. 분당신도시 인근의 수지 죽전에 이어 동탄 청계 목리 동지 동천지구 등 중소규모 택지지구 지정이 줄을 이으면서 분당신도시마저 도로체증 등의 압박을 받아 ''신도시 특유의 쾌적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신도시 개발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자족기능 확충''이 ''공수표''로 끝난 것도 ''서울 U턴''을 부채질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일산신도시의 경우 90년대 초 아파트 분양을 하면서 당시 건설부는 "외교단지 출판단지 대북기능 등을 일산으로 몰아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지만 지금까지 이뤄진게 하나도 없다. 토지공사는 당초 서울에 있는 정부투자, 출연기관 등 공공기관 66개의 신도시 이전을 추진했다. 이를위해 분당에 22만평, 일산에 23만평의 업무용지를 마련했으나 아직까지 13%를 채우는데 그치고 있다. 신도시 과밀화는 인접 주민간 마찰도 부르고 있다. 성남시는 최근 분당신도시와 용인 수지읍을 연결하는 지하도를 폐쇄해 주민들이 나서 항의하는 등 도로통행을 둘러싼 주민다툼이 불거지고 있다. 분당 주민들은 여기에 더해 지난해 12월 용인시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던 분당 주변도로를 폐쇄하고 하수처리장의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등 정부의 정책 공백 속에 주민들간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서울대 안건혁 교수(도시설계전공)는 "분당의 백궁 정자지구 용도변경에서 보듯 자족시설을 유치하려던 부지를 아파트 용지로 변경함으로써 앞으로 자족시설을 유치할 가능성마저 없애 버렸다"고 지적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과 일산의 대곡역을 연결해 신도시 주민들이 서울 강남북을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하고 외곽순환도로 고양 구간의 공사도 앞당겨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산 주변에 미니 신도시를 계속 세우는 한 백약이 무효"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불만과 피해의식은 지자체 공무원들까지도 폭발직전이다. 경기도는 16일 재경부 차관이 주재하는 ''부동산투기 후속대책회의''에서 도시의 수용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중앙정부의 주택공급 일변도의 수도권 개발에 강력히 항의할 방침이다. 김희영.유병연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