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폐기물에 의한 독성간염 직업병이 국내 처음으로 발생했다. 노동부는 작년 11월 울산소재 산업폐기물 중간처리업체인 원창과 협력업체인 청우실업 근로자 5명(사망 1명)에게서 발병한 급성간염에 대한 정밀 역학조사 결과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유독물질에 의한 독성간염으로 최종 판명됐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폐기물재생처리업에서 수은중독 등의 직업병이 발생한 사례는 있었지만 산업폐기물 중간처리업에서 독성간염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독성간염의 발생원인은 지정폐기물의 독성물질 함유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를 처리하던 중 공기중으로 발생된 유해가스에 근로자들이 장기간 노출됐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확한 폐기물 성분분석 자료만 있었더라면 사전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산업폐기물 처리에 관한 당국의 감독관리가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막을 수 있었던 사고=현행 폐기물관리법에서 폐기물배출업체가 폐기물처리업체에 산업폐기물을 양도 또는 제공할 때에는 폐산,폐알칼리,폐유기용제 등 폐기물의 기본적인 성분에 대한 정보만 제공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대규모 화학업체 등 대기업들이 중심이 되는 폐기물배출업체와는 달리 폐기물중간처리업체는 대부분 사업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유해여부조사를 할 비용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유해가스 발생여부에 관한 정보만 제공됐더라도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라고 지적했다. ◇유해물질에 ''무방비 노출''=작년 11월말 현재 전국 지정폐기물 중간처리업체 수는 총 49개. 이곳에서 근무하는 2천여명의 근로자들 대부분은 정부의 관리 소홀과 관련법규 미비로 유해화학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는 상태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산업 지정폐기물 발생량을 비춰볼때 앞으로 이번 사고와 유사한 유형의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폐기물배출 및 처리에 관한 법률적 정비는 시급한 실정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